미국에 이민 온 교민들이 많은 고생과 성실한 노력 끝에 안정적인 삶을 누리게 됩니다. 소위 미국의 꿈이라는 삶이 이루어지려면 자기 집을 소유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기 집을 구입하거나 더 좋은 집을 구입할 때 종종 이민자들은 모델 하우스를 구입하거나 전 주인이 실내를 잘 꾸며 놓은 집을 선택합니다.

최근 들어 많은 변화가 보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이민 세대는 일단 집을 구입해서 입주하면 집을 팔 때까지 실내 장식과 구조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누군가 아름답고 편리하게 꾸며 놓은 집이 마음에 들어 구입하고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실내 장식에 때가 묻고 먼지가 쌓이고 조금씩 틀어지고 떨어져도 그대로 삽니다. 자기 집에서 안정적으로 대대로 지낼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지 않았던 격동의 근대를 살았던 관계로 꾸준히 자기 집을 손질하고 관리해서 새집과 같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새 집에, 또는 잘 꾸며진 집에 입주한 지 몇 년이 지나서 집이 낡고 새고 고장 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다시 새 집을 찾게 되고 살던 집을 팔기 위해서 많은 돈을 들여 수리하고 꾸며서 이사 올 집 좋은 일을 시켜 줍니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남이 꾸며 놓은 좋은 집에 입주한 자격 없는 주인 같습니다.

아시아 침략전쟁과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던 일본군이 물러나고 급하게 편성된 국군은 군대라고 할 것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결국 6.25가 터지고, 2차 대전의 승리를 이룬 강력한 미군이 개입하게 됩니다. 4년에 걸친 처절한 전쟁의 현장에서 미군의 도움을 받아 현대식 군대로 태어나게 됩니다. 그 후 월남전에 대규모로 파견되어 수많은 사장자를 내면서 실전 경험을 쌓아 강군이 됩니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주한 미군 철수라는 급박한 위기 상황을 맞아 필사적으로 추진했던 군수 산업 덕으로 내실 있는 군대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 실전의 경험이 없는 군 지휘관, 국가 존망의 위기감을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세대가 한국군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잘 꾸며진 집에 입주해서 누리기만 하는 자격 없는 집 주인이 된 것입니다.

해방 직후 기업인들은 말 그대로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고 살 집이 없던 시절에 산업을 일으키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절박함을 가지고 경공업을 일으키고, 신발을 만들고, 옷감을 짜서 옷을 만들고, 라면을 만들고, 설탕을 국내 생산하고, 고속버스와 트럭 운송회사를 세우고, 길을 닦고 집을 짓는 등 오늘의 대한민국의 산업의 틀을 세운 세대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 화려하게 장식된 고급스러운 집과 같은 한국 기업계에 주인 자격 없는 주인이 입주합니다. 명품 가게를 세우고, 술과 기호 식품에 대기업이 뛰어 들고, 재벌의 3세들은 고급 술집과 나이트 클럽의 실질적인 주인 행세를 하면서 조직 폭력배 짓거리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백성들을 먹여 살리려고 현장을 뛰어 다니면서 정책을 펼쳤던 1세대 경제학자들이 세워 놓은 잘 꾸며 진 집에 주식 투자 한번 해 본 적 없고 사업 한 번 해 본적 없어서 파생 상품과 이면 계약이 무엇인지 체감해 보지 못한 경제 전문가들이 주인 행세 하는 동안에 대한민국 집이 곳곳에서 낡아 무너져 외환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연평도 사건, 외환위기, 중국에 점점 밀리는 한국의 산업은 자격 없는 주인이 집을 차지한 현상입니다. 한국의 기독교회도 수많은 순교자들로 세워진 집입니다. 지금 자격 없는 주인이 아름답게 장식된 집에 들어가 살면서 집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