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내에서 일부 일어나고 있는 ‘이슬람 공포증(islam phobia)’이 한국 선교계의 위기에서 나온 발상이라는 주장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20일 오후 한국학중앙연구원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사단법인 한국종교문화연구소(소장 윤승용) 2010년 하반기 정기 심포지엄 ‘다문화 사회의 종교를 묻는다’에서 다섯번째로 발표한 이진구 박사(호남신대)에 의해 제기됐다.

‘한국 개신교의 이슬람 인식: 이슬람포비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한 이진구 박사는 “서유럽과 달리 한국의 이슬람포비아는 물리적 폭력을 동반하지도 않았고, 일반 사회보다 개신교의 장에서 더 부각되며 갑자기 나타났다”며 “한국 개신교의 이슬람 인식에는 아직도 이슬람을 본질화하고 타자화하는 오리엔탈리즘이 작동하고 있고, 이러한 인식을 지닌 개신교는 다문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문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한국 개신교는 이주민들의 복지와 인권, 전도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선교활동을 전개해 오는 사이, 갑자기 ‘이슬람이 몰려오고 있다’는 구호와 함께 이슬람포비아가 확산되면서 교계를 긴장시켰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제가 볼 때 최근 한국 개신교계에서 일어난 이슬람포비아는 한국 선교계의 위기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며 “한국 선교계의 일부 세력이 상실된 ‘선교의 동력’을 회복할 방안 중 하나로 이슬람포비아를 조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위기탈출 방안으로 이슬람포비아가 선택됐고, 이는 내부의 위기를 희생양 정치를 통해 해결하는 고전적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선교계가 처한 위기로는 △2007년 아프간 사태 이후 공세적 해외선교 침체 △국내 이슬람 연구자들의 학문적 연구 활성화 △다문화 사회의 도래 △미션스쿨 종교교육 논쟁 등을 들었다.

그는 “한국 개신교 선교가 해외 전진기지에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이에 적군인 이슬람이 후방에 침투하여 한국을 조만간 이슬람화시킬 거라는 시나리오야말로 선교의 위기국면을 타개할 최적의 카드였던 것”이라며 “당시 몇몇 선교동원가들에 의해 주조된 이슬람포비아가 한국교회 전체로 삽시간에 유포된 것은 당시 한국교회 지도부가 처해 있던 위기상황을 반증한다”고 덧붙였다.

개신교계 인사들에 의해 확산된 이슬람화 전략은 △취업과 유학을 통한 해외 무슬림의 국내 침투 △국제결혼을 통한 이슬람의 침투 △오일달러를 통한 경제 침투 등이고, 얼마 뒤에는 테러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이슬람화 8단계 전략’이라는 CIA 보고서도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진구 박사는 이슬람포비아라는 용어 사용을 비판하는 움직임도 소개했다. ‘이슬람포비아’는 이슬람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막기 위해 고안된 용어로, 이 용어는 무슬림과 관계돼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효과를 초래함을 뜻한다.

<악마의 시>로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부정적으로 언급했다가 이란의 이슬람 최고지도자 호메이니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암살 공포에 시달리는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 등 12명의 작가는 이슬람포비아는 ‘난파된 개념(a wretched concept)’으로 이슬람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을 막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하는 용어가 이슬람포비아라는 용어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이슬람포비아-포비아’다. 그는 “이러한 용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슬람포비아’는 널리 통용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