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중국 광저우 하늘 아래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물의 도시'라는 광저우와 '마린보이'로 불리는 박태환의 궁합이 이보다 더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수 없었다.

박태환은 수영종목 최종일인 18일(현지시간) 벌어진 남자 1,500m 및 남자 혼계영 400m에서 각각 은메달을 추가하며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공식일정을 마감했다.

잔뜩 기대했던 '수영의 마라톤' 1,500m에서 중국의 신예 쑨양의 역주에 밀려 은메달에 그친 것이 못내 아쉽지만 혼자 강행군 속에 일궈낸 값진 성과였기에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쏟아내기 바빴다.

1,500m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수영계가 주목하는 한판승부였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AP통신, USA투데이 등 미국의 주요언론을 포함, 세계는 과연 박태환이 한 대회를 통해 사상 초유의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수영을 모두 제패하는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새 역사를 향한 박태환의 역영은 계속됐지만 세계신기록에 거의 근접한 쑨양이 워낙 강했다.

18살 쑨양의 장거리 기세를 봤을 때 앞으로는 과감히 1,500m를 포기하고 중거리 및 단거리에 집중하는 편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수영의 마라톤이 끝난 뒤 박태환은 불과 20분을 쉬고 또 남자 혼계영 400m에 한국의 자유형 마지막주자로 출전하는 괴력을 뽐냈다.

지칠 법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마저 자아냈다. 그리고 1위로 터치패드를 찍은 중국팀의 어이없는 실격으로 3위로 골인한 한국이 '어부지리' 은메달을 거머쥐면서 이번대회 박태환은 최우수선수(MVP)를 점치게 하는 총 7개의 메달(금 3, 은 2, 동 2)을 목에 걸 수 있었다.

한때 '추락한 천재'라는 비아냥을 불과 1년 만에 완벽히 극복한 박태환이 온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한 지난 한 주였다.

정재호 기자, kemp@uk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