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의 목사님 사모는 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고 난 후부터 입을 굳게 다물고 미음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한창 나이에 건강했던 자신이 이 지경이 된 것은 개척 교회 시절의 극심했던 고생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생각은 점점 자라서, 남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히 남편과 교회에 대한 원망이 자꾸 싹터 올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든 아내를 위해 기도하던 목사님은 자기를 가르친 신학대학의 학장님을 만나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 얼굴이 어둡군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평소에 존경하던 학장님께 목사님은 지금 형편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학장님이 잠시 기도한 후 제안을 했습니다. “노트를 한권 사다가 사모님에게 주세요. 그 노트에 감사할 일만 생각나는 대로 적으라고 해보세요.” 목사님은 즉시 노트와 볼펜을 사들고 아내에게 갔습니다. 사모님은 “이 마당에 무슨 감사할 일이 있다고 그러세요.” 짜증석인 반응을 했지만 목사님의 권면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한두 줄씩이나마 노트에 감사할 일을 써내려간 것은 목사님이 기도하고 방을 나선 후에도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억지로 아주 평범하고 작은 일 부터 적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감사를 글로 쓰게 되니까 어두웠던 마음이 조금씩 은혜로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노트가 거의 채워질 무렵 문득 그녀는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찾아가서 감사의 인사를 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러자 점점 통증은 사라지고, 다리에는 웬일인지 힘이 생겼습니다. 몇 달 후 병원에서 의사가 깜짝 놀랐습니다. 암세포가 점점 줄더니 아예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감사의 위력입니다.

탈무드에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카네기 공대에서 조사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졸업 후 인생을 사는 데 전문지식과 그에 대한 소양은 15%만 기여하고 사람과 더불어 사는 능력이 8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인생을 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85%의 사람과 더불어 사는 능력’의 핵심은 타인의 과오는 잊고, 은혜에 감사하는 일이며, 좋은 환경에서 타락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감사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는 태도’가 다른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최고의 비결입니다.

올해의 추수감사주일에는 과일이 아니라 감사의 마음이 담긴 글들을 제단에 올려 드립시다. 하나님과 교회에게, 남편과 아내에게, 부모님과 자녀에게, 구역식구들과 친구와 이웃에게, 자신의 이민생활에... 감사한 내용을 글로 전하는 감사의 편지를 써보기를 권합니다. 잘 쓰려고 하기 보다는 서툰 글 솜씨라도 편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지난 4월 13일, 뉴욕 주립대의 심리학자인 조슈아 스미스는 무언가에 대해 글을 쓰는 행위가 사람의 인식 작용을 증진시켜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의학회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이 생겼을 때 이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쓰는 행위가 천식(asthma)이나 류마티즘성 관절염 (rheumatoid arthritis)에 걸린 환자의 건강을 향상시키는데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명령을 좇아 나의 글로 감사를 표현한다면 참으로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리라고 확신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