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중국 광저우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박태환은 당초 고전이 예상될 거라는 주위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200미터와 400미터를 가볍게 석권, 이 페이스라면 내심 꿈의 4관왕을 노려볼 만하다.

중국의 만만치 않은 라이벌 쑨양과 장린을 쉽게 따돌린 것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기록이 좋았다.

중국세 넘는 '쾌속질주'

200미터에서는 1분44.80초의 아시아신기록을 세웠고 보다 접전이 예상됐던 400미터에서도 3분41.53초의 올 시즌 세계최고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 정도면 지난해 '로마 쇼크'를 딛고 완벽히 부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떤 면에서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보다 기량이 더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한때 '추락한 천재'라는 비아냥을 오로지 땀과 노력만으로 금세 극복해낸 박태환의 재기 스토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박태환의 욕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친 김에 남자 100미터 및 예전 자신의 주종목이었던 1,500미터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물론 전망은 썩 밝지 못하다. 200미터와 400미터와는 또 다르다.

'100m 일본-1,500m 중국' 넘어야

17일(현지시간) 저녁 벌어질 100미터의 경우 49.12초로 올 시즌 아시아 1위 기록을 보유한 일본의 후지 다쿠로가 단단히 벼르고 있고 시즌 2위인 49.30초의 중국 스텅페이 역시 100미터에서만큼은 박태환에 밀릴 수 없다고 외친다.

1,500미터로 넘어가면 중국의 두 라이벌 쑨양과 장린이 설욕전을 다짐 중이다. 박태환이 200과 400미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난 뒤 1,500미터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장린에 이은 쑨양의 독무대가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박태환을 지도하고 있는 호주의 마이클 볼 코치가 스스로 어두운 전망을 내놓을 만큼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이미 모든 이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고 있다. 따라서 이어지는 100미터와 1,500미터도 다소 열세로 보이지만 언제든 기적같은 변수가 만들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꿈의 4관왕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17일 100미터 금메달이 첫 번째 고비고 그 고비만 넘으면 4관왕 가능성이 눈앞에 잡힐 듯 바짝 다가온다.

정재호 기자, kemp@uk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