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운전을 하다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그렇게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지만, 운전을 즐긴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왜 갑자기 운전을 즐기게 되었냐구요?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들의 아름다움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가을의 나무들이 그냥 아름다운게 아니라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단풍의 색깔에 얼마나 깊이가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노란색, 빨간색, 단순히 원색의 아름다움 정도가 아니라, 나무 속에 그 동안 숨겨져 있던 시간의 깊이가 묻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노랗고 빨간 나뭇잎들이 바람에 하늘 하늘 흔들리면서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그 어떤 교향악단의 훌륭한 연주와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덴버에 거주한지가 벌써 10년이 되었는데 올해만큼 아름다운 가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비록 콜로라도 단풍의 명소인 아스펜을 방문할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교회 근처의 길들을 오가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하는 중에 한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 동안은 왜 단풍이 이렇게 아름답지 못했을까? 벌써10월 중순을 넘어섰는데도 올해에는 이 곳 덴버에 눈이 한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덴버에 사는 분들이 항상 이야기하듯이, 덴버 날씨는 30분을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비가 오다가 금방 화창해 지고, 낮에는 햇살이 뜨겁다가 밤에는 금방 서늘해지고. 봄이라고 생각해 상추며 깻잎을 심어 놓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내린 서리와 눈으로 다 죽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여튼 덴버의 날씨는 변덕스럽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지금까지 밤 기온도 영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습니다. 폭설이 내리거나, 폭우가 내리질 않으니 나무에 나뭇잎이 아직도 무성하게 달려있습니다. 그 풍성한 나뭇잎들이 눈이나 비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아름답고 성숙한 색깔을 드러낼 시간을 얻었으니, 당연히 장관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덴버의 나무들이 별로 좋지 않은 나무인 줄 알았습니다. 한국에 비해 너무 수준이 떨어지는 가을 단풍을 보며 나무 자체가 별로라서 단풍도 그 정도 수준밖에 안되는 줄 알았습니다. 갑자기 콜로라도 나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데!

우리들도 때가 되면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 겁니다. 가끔 자포자기 하는 분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해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원래부터 능력이 없거나 성품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여건이 좋지 않아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살았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우리 안에 분명 하나님께서 주신 잠재력,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나라는 존재는 “너무 너무” 아름다울수 있는, 위대한 존재임을 알아야 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믿음으로 기다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내 인생이 별 볼일 없었다고 생각된다면, 아직 알맞은 여건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너무 일찍 포기할 필요도 없고, 낙심 가운데 빠져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기도하며 믿음으로 굳게 선 자에게는 기회가 올 것입니다. 하나님은 공중의 나는 새도, 들판에 나는 풀도 입히시고 먹이십니다. 그들이 각자의 능력대로 살아갈 여건을 만들어 주십니다. 하물며 하나님의 걸작품인 우리들이겠습니까?

요셉도 13년을 기다렸습니다. 형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노예의 신분으로 애굽에 팔려갑니다. 낮선 땅에서 낮선 사람들을 섬기며 살았습니다. 나쁜 일은 꼭 겹친다고 자신이 섬기던 주인의 아내때문에 강간범으로 몰려, 감옥에도 갇히게 됩니다. 그때 그는 무슨 기대를 하고, 어떤 꿈을 꿀 수 있었을까요?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믿음으로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나님, 모든 것을 합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참 좋으신 하나님을 믿음으로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힘들고 고된 13년의 세월이 지나, 하나님께서 그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해 주십니다. 그에게 기회를 주십니다. 그 때 그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됩니다.

콜로라도 나무들에게 고맙습니다. 이 녀석들이 지난 10년을 기다려 줘서 고맙습니다. 기회가 오니까, 여건이 맞으니까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노랗고, 빨갛게 아름다움을 드러내 주어서 고맙습니다. 누구에게나 폭설이 내리고 비바람이 몰아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걸려도, 10년, 20년이 걸려도, 믿음으로 기다리는 자에게는 하나님께서 분명히 기회를 주실 것입니다. 모든 것을 합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입니다. 믿음으로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킬때 언젠가 반드시 우리 속에 숨어 있는 능력이 “너무 너무” 아름답게 표현될 날이 올 것입니다. 아름다운 가을의 나무들을 보니 시편 46편 10절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됨을 알찌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