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 의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이 마련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마이클 호로비츠(Horowitz)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인권을 중시하는 기조로 바꾸려면 미주 한인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 신문에서 역설했다.

호로비츠 연구원은 미국 상하원의원들, 하벨 전 체코대통령 등 해외인사, 부시 행정부 당시 북한인권특사, 한국의 북한인권운동가 등이 그동안 미국의 대북정책을 북한인권과 연계하는 ‘헬싱키 전략’에 기반하도록 노력했지만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미국 내 한인커뮤니티가 나서지 않아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 미국의 정책들이 유대계 미국인, 쿠바계 미국인 등에 반응해왔다며 미국 정부가 내부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대계 미국인들을 의식해 이스라엘을 국가승인한 것이나 구 소련이 그들 땅의 유대인들이 이민을 떠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는 정책(잭슨-배닉법)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대계 미국인들이 투표와 선거자금 기부를 통해 미국정치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며 마찬가지로 미국시민인 한인들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목소리를 높이면 의미있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로비츠 연구원처럼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미주 한인들이 입김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크다. 미국시민권자인 한인이 110만명이나 되고 대부분 경제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능성을 조사한 최근 연구보고서의 결론은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력국제문제센터(CSIS)가 2008년 3월에 발표한 ‘한미정책에 대한 미주한인사회의 시각과 그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주 한인들은 높은 교육수준과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정치에서 소외되어 있어 한미관계증진을 위한 영향력이 미비하다고 분석했다.

미주 한인들이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입깁을 넣으려면 그만큼 정치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주 한인들의 미국 내 정치력은 미약하다. 대표적인 것이 저조한 투표참여율. 보고서에 따르면2000년 미국 대선에 참가한 한인은 34%로 아시안계 6개 집단 중 최저이고 히스패닉(45%), 흑인(57%) 백인(62%)보다 낮다.

투표하지 않는 이유는 영어능력 부족(39개 집단 중 36위),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절차에 대한 혼란,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 부족 등이라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미국에서 투표는 정치력의 근간이다. 한인과 비슷한 150만명의 쿠바계 미국인들은 연방상원의원을 4명이나 배출하는 등 중남미 국가의 이민자 중에서 가장 강한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 기반은 70%에 이르는 투표율이다.

쿠바계 미국인들은 이를 배경으로 선거 때면 후보들을 불러서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에 대한 제재와 쿠바 이민자들에 대한 신속한 이민수속 약속을 받아내고 있다.

한인사회도 1992년 LA 폭동을 계기로 돈만 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고 유권자등록 및 투표참여를 높이고 공직에 진출하는 등 정치력 신장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보고서는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잘 동화하는 것이 먼저라고 인정한 후 다만 그 결과 한인들이 한국과 아예 단절되거나 아니면 성공적 동화를 통한 역량강화로 국제적 현안까지 관심의 폭이 넓어지면서 한반도이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상반된 두가지 전망을 내놓았다.

민족성을 중시하는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동화하였다고 한국을 잊거나 등을 돌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자신들의 뿌리인 한국을 위해서 하나라도 더 할려고 하지 빼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잘 동화하느냐이다. 한인들이 투표나 선거자금 기부 뿐 아니라 자원봉사 및 지역행사 등에 활발히 참여하는 모범 미국시민이 되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의미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북한인권이니 한미자유무역협정이니 한반도와 관련된 미국의 정책에 한인이 힘을 써주기 바라는 것은 일장춘몽에 불과할 것이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