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것만이 사랑은 아닙니다. 받는 것도 사랑입니다. 이 말은 제가 즐겨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주는 만큼 받아야 비로소 균형을 이루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연약한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간 한국에서는 ‘행복 전도사’로 알려져 있는 분이 남편과 함께 동반자살을 한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극도의 혼란 가운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 분은 중년에 전업주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 특히 중년의 여성들에게 큰 희망을 선물했으며 행복에 관한 20여권의 책도 저술했다고 합니다. 그 분은 강연을 할 때마다 “자살이라는 말을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절망을 극복하자고 외쳤고, 절망가운데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의 메시지를 통해 살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도 살자고 외쳤던 분이 자살을 택했을까요? 홍반성 루포스라는 고통스러운 병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 분은 “여러분도 700가지의 고통을 당하면 저를 이해하실 것입니다”라고 유서에 썼습니다. 전문 의료인들에 의하면 이 병은 10만 명당 20명꼴로 발생하며, 면역체계가 고장나 면역세포가 자기 몸을 외부 침입자로 오인해 피부·관절·심장·폐·신장·뇌 등을 공격하는 병이라고 합니다. 한국에만도 약 2만 명의 환자가 있을 것이라고 추산되지만 “10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래 전 이야기 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이 갑자기 TV에 나와서 “나는 지금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습니다”하고 발표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망’이라는 병입니다. 그 때 모든 미국인들은 놀람 가운데서도 그의 쾌유를 빌었고, 이를 계기로 그 병에 대하여 많은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그 날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서 그가 왜 미국인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의 따뜻한 미소와 적당히 떨리는 듯한 음성, 그리고 숨김없는 진솔함이 어우러져서 “나 지금 몹시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그렇지만 여러분의 변함없는 격려와 사랑으로 잘 견디고 있습니다”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계속해서 도와주는 생활만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가끔 이런 느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고, 누군가의 말에 배꼽을 잡고 웃어보고 싶고, 누군가의 칭찬에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10초 동안만 우쭐해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저는 제가 휴식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자가진단을 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열심히 행복을 전했던 분이라면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받아도 될 텐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택한 그 길이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