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캡틴 박지성이 잔뜩 기대를 모았던 한일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숙명의 한일전을 위해 귀국 뒤 해외파 동료들과 대표팀 훈련에 매진해왔던 박지성이 그러나 고질적인 오른쪽 무릎통증 재발로 한일전 결장소식을 알려왔다.

지난 2007년 4월 받았던 오른쪽 무릎연골 재생수술 부위에 물이 차오른 것이다. 박지성은 급히 물을 빼내는 등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대표팀은 굳이 무리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박지성의 결장을 공식화했다.

박지성은 걷거나 뛰는데 지장이 없고 정말 중요한 경기라면 뛰는데도 문제가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괜히 무리를 했다가 고질적인 무릎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 선수보호 차원에서 휴식을 명령한 것이다.

이로써 박지성은 12일(현지시간) 저녁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역대 73번째 한일전을 벤치에서 지켜보게 됐다. 비록 뛰지는 못하지만 주위의 다른 동료들과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격려하며 주장다운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축구의 핵 박지성의 결장으로 당초 최정예를 목표했던 대표팀 전력에 비상이 걸렸다.

조광래 감독 이하 코칭스탭은 11일 공식훈련 뒤 밤이 늦도록 회의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성의 대안마련에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했는데 일단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윤빛가람의 중용을 들고 나왔다.

당초 조광래 감독은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옮겨 일본과의 치열한 중원 압박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이 막중한 임무가 신예 윤빛가람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윤빛가람의 패기와 투지는 높이 살 만하지만 아무래도 경기를 조율해나가는 면에서는 베테랑 박지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중원의 파트너로 나설 기성용과 바로 뒤에서 보좌해줄 전진 리베로 조용형의 보이지 않는 역할과 비중이 커진다. 잘되면 좋지만 혹시 삐끗하면 대표팀 전체전술의 붕괴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대표팀의 핵인 박지성이 급작스럽게 빠지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악재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재호 기자, kemp@uk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