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耳順)이 넘었지만 예수님 이야기만 하면 그는 어린 아이가 된다. “사람이 늙으면 어린애가 된단 말이 딱 맞아.” 예수님 생각만 하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펑펑 흘릴 것 같아서 신앙적인 질문은 할 수 없을 정도였다.

1970-80년대 왕성하게 활동했던 인물화의 대가인 동양화가 이양원 화백은 지난 22일부터 빛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8년만에 여는 개인전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주제는 ‘대자연의 합창’.

“요즘 미술사조를 봐도 그렇지만… 동양화가들은 ‘동양화의 현대화’라는 숙제를 놓고 모두 씨름하고 있어.” 그는 8년의 공백기 동안 이러한 흐름에 단순히 ‘무임승차’하지 않기 위해 무수히 땀을 흘리고 고민했다. 작가가 자신이 갖고 있던 기존 틀을 깨기란 어려운 법. 이 화백은 진정한 동양화의 현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외부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철저히 내면 속에서 답을 찾고자 했다.

산고 끝에 그의 작품은 변했다. 인물로 가득 차 있던 그의 화폭에는 길가의 작은 꽃들과 풀 한 포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꽃 한 송이도 너무 아름다운 거야. 젊었을 땐 꽃의 아름다움을 미처 몰랐었거든.” 그의 변화엔 작업실을 자연이 살아 숨쉬는 남한강변으로 옮긴 것도 한몫 했다.

그의 이번 작품들은 거의 자연 속에서 발가벗은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옷을 입히면 시대가 구분되잖아.” 자유롭고 평화로운 풍경들은 그의 내면의 변화를 짐작케 한다. 이 화백은 작품들을 설명하며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 냈다”며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예수님 모습이 그려져 있는 성화도 하나 있다. “그려놓고 보니 천지창조 모습 같아.” 이 작품에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각종 동식물들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앞으로 사람들이 보기 쉽고 친근한 느낌의 성화를 더 그리고 싶다고 이 화백은 말했다.

3대째 기독교 집안인 이 화백의 그림들에는 사실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 그림’들에서도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노(老) 화가의 그림들은 다음 달 28일까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