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 옆에 누가 있는가다.”
최근 故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손자인 이재찬 씨가 자살하면서 또다시 ‘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더구나 몇해 전부터는 연예인들에 이어 전직 대통령까지 자살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자살’이 문제 해결의 한 방편으로 인식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곧 다가오는 가을은 자살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같은 흐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19일부터 이틀간 지구촌교회(담임 이동원 목사) 분당성전 에스라홀에서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 주관으로 목회자 및 상담교육가들을 대상으로 한 제1회 ‘자살 예방학교’가 열렸다.
자살예방학교는 손인웅 목사가 ‘천하보다 귀한 생명(마 16:26)’을 제목으로 설교한 개회예배 이후 6차례의 강의를 통해 자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목회자들의 자살예방 실천방법 등을 제시했다.
강의는 이영문 교수(아주대)가 ‘자살에 대한 이해와 원인, 대처’를, 유영권 교수(연세대)가 ‘자살 위험자에 대한 기독교 상담’을, 남윤영 박사(국립서울병원)가 ‘우울증과 자살’을, 조성돈 교수(실천신대)가 ‘기독교와 자살’을, 하상훈 원장(한국생명의전화)이 ‘자살 유가족에 대한 돌봄’을, 장진원 박사(실천신대)가 조성돈 교수와 함께 ‘교회 내의 자살 그 이후’ 등을 각각 맡았다.
“자살 담론 형성으로 사회 전반적인 예방 분위기 형성을”
첫 강의에 나선 이영문 교수는 “자살은 한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가족과 사회, 국가 전체의 문제이고, 자살 시도자는 그 성공자의 10-20배에 달해 드러나지 않는 문제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자살은 반드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자살 시도자들의 전조(前兆) 현상들을 설명했다. 극도로 우울하고 불안하며 지쳐있을 때, 주위에 자살 도구가 있을 때, 자신의 죽음이 주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보일 때, 자살 의도를 직접 말할 때, 초조하거나 불안해하던 사람이 갑자기 차분해졌을 때, 가족이나 건강 상실의 경험이 있을 때, 자살시도 경력이 있을 때는 주위 사람들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또 자살 가족력이 있을 때, 죽은 가족에 대한 죄의식을 표현할 때, 삶의 무가치성을 강조할 때, 죄에 대한 벌을 받을 욕구가 강할 때, 생물학적 욕구가 현저히 줄어들 때, 타인의 도움 받기를 거절할 때, 미혼이나 독신, 별거 등의 이유로 혼자 살 때, 알콜 중독일 때도 자살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통계적으로는 봄, 이른 아침, 월요일과 화요일 등에 자살이 빈번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자살은 단순히 정신의학이나 정신보건의 테두리에 머물러야 할 주제가 아니고, 사회 전반에 걸쳐 자살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은 없다”며 “더 이상 쉬쉬하지 말고 자살에 대한 담론(談論) 형성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자”고 주장했다.
“어려움 없이 자랄수록 위기는 더욱 힘든 현실로 다가와”
유영권 교수는 자살에 대한 편견과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제시했다. 정말 자살할 사람은 남에게 의도를 밝히지 않는다는 편견에 대해 “자살 의도가 있는 사람들은 80% 이상이 징조를 남긴다”며 “이 말은 우리의 관심으로 80% 이상의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자살하는 사람은 자살하려는 확고한 결단을 내린 사람이라는 입장에 대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자살을 안할 수 있다”며 “한 번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결국 자살하고 만다는 생각도, 고민의 해결 가능성이 있을 때 자살 의지가 소진되는 점에서 잘못된 상식”이라고 풀이했다.
유 교수는 “자살은 유전이나 정신병이 아니라 다만 현재의 고통과 삶의 어려움을 그런 식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 뿐”이라며 “자살하려는 사람은 항상 자살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게 될 뿐 아니라 도움을 받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좋은 환경에서 산다 해도 자살 충동이 없는 건 아니고, 어려움 없이 자랄수록 위기는 더욱 힘든 현실이 되는 점에서 오히려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자살에 대해 말하게 하면 자살 충동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살 위험자에 대한 상담 대처 방안으로는 △내담자에 대한 친절과 존경을 표현하고 △내담자의 고통과 감정을 경청하며 △평상시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내담자가 허심탄회하게 다가와서 말하도록 신뢰를 구축하고 △현실적인 지지를 보여주며 △주변 사람들의 고민이나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 말고 △비판하는 태도가 아닌,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존중과 희망을 고취시켜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기독교 상담적으로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에 대한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일깨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살 유가족들도 피해자… 아픔 나눌 곳 마련해 줘야”
남윤영 박사는 자살의 주 요인 중 하나인 우울증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5명 중 4명은 회복하고,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며 “첫 우울증 때 제대로 치료받지 않거나 임의로 조기에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증가하므로 반드시 우울증을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 유가족들에 대한 돌봄에 대해 강의한 하상훈 원장은 “자살자 유가족 및 친인척과 상담하면서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된 부분은 자살 유가족들이 자살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어디서도 상담할 수 없었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수치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고, 자살자 가족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받고 고통스러워하다 자살자를 따라 죽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고, 대부분 함께 살던 지역 공동체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크고 무작정 떠난 사람도 많았다”고 보고했다.
하 원장은 “자살자 유가족들도 또 하나의 피해자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고, 그들이 용기를 갖고 지역사회에 복귀해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맞을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자살 유가족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센터나 이들이 자신의 아픔을 사회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종교기관이나 사회봉사단체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사후예방 프로그램 개발로 자살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자살 유가족들이 자조모임에서 충격과 슬픔을 함께 극복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며 “학교나 교도소, 군부대나 교회 등 공동체에 자살 사고가 일어나면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위기를 신속히 극복하고 다시 정상상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공동체 단위 가이드라인과 프로그램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故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손자인 이재찬 씨가 자살하면서 또다시 ‘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더구나 몇해 전부터는 연예인들에 이어 전직 대통령까지 자살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자살’이 문제 해결의 한 방편으로 인식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곧 다가오는 가을은 자살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같은 흐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19일부터 이틀간 지구촌교회(담임 이동원 목사) 분당성전 에스라홀에서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 주관으로 목회자 및 상담교육가들을 대상으로 한 제1회 ‘자살 예방학교’가 열렸다.
자살예방학교는 손인웅 목사가 ‘천하보다 귀한 생명(마 16:26)’을 제목으로 설교한 개회예배 이후 6차례의 강의를 통해 자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목회자들의 자살예방 실천방법 등을 제시했다.
강의는 이영문 교수(아주대)가 ‘자살에 대한 이해와 원인, 대처’를, 유영권 교수(연세대)가 ‘자살 위험자에 대한 기독교 상담’을, 남윤영 박사(국립서울병원)가 ‘우울증과 자살’을, 조성돈 교수(실천신대)가 ‘기독교와 자살’을, 하상훈 원장(한국생명의전화)이 ‘자살 유가족에 대한 돌봄’을, 장진원 박사(실천신대)가 조성돈 교수와 함께 ‘교회 내의 자살 그 이후’ 등을 각각 맡았다.
“자살 담론 형성으로 사회 전반적인 예방 분위기 형성을”
첫 강의에 나선 이영문 교수는 “자살은 한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가족과 사회, 국가 전체의 문제이고, 자살 시도자는 그 성공자의 10-20배에 달해 드러나지 않는 문제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자살은 반드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자살 시도자들의 전조(前兆) 현상들을 설명했다. 극도로 우울하고 불안하며 지쳐있을 때, 주위에 자살 도구가 있을 때, 자신의 죽음이 주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보일 때, 자살 의도를 직접 말할 때, 초조하거나 불안해하던 사람이 갑자기 차분해졌을 때, 가족이나 건강 상실의 경험이 있을 때, 자살시도 경력이 있을 때는 주위 사람들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또 자살 가족력이 있을 때, 죽은 가족에 대한 죄의식을 표현할 때, 삶의 무가치성을 강조할 때, 죄에 대한 벌을 받을 욕구가 강할 때, 생물학적 욕구가 현저히 줄어들 때, 타인의 도움 받기를 거절할 때, 미혼이나 독신, 별거 등의 이유로 혼자 살 때, 알콜 중독일 때도 자살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통계적으로는 봄, 이른 아침, 월요일과 화요일 등에 자살이 빈번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자살은 단순히 정신의학이나 정신보건의 테두리에 머물러야 할 주제가 아니고, 사회 전반에 걸쳐 자살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은 없다”며 “더 이상 쉬쉬하지 말고 자살에 대한 담론(談論) 형성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자”고 주장했다.
“어려움 없이 자랄수록 위기는 더욱 힘든 현실로 다가와”
유영권 교수는 자살에 대한 편견과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제시했다. 정말 자살할 사람은 남에게 의도를 밝히지 않는다는 편견에 대해 “자살 의도가 있는 사람들은 80% 이상이 징조를 남긴다”며 “이 말은 우리의 관심으로 80% 이상의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자살하는 사람은 자살하려는 확고한 결단을 내린 사람이라는 입장에 대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자살을 안할 수 있다”며 “한 번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결국 자살하고 만다는 생각도, 고민의 해결 가능성이 있을 때 자살 의지가 소진되는 점에서 잘못된 상식”이라고 풀이했다.
유 교수는 “자살은 유전이나 정신병이 아니라 다만 현재의 고통과 삶의 어려움을 그런 식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 뿐”이라며 “자살하려는 사람은 항상 자살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게 될 뿐 아니라 도움을 받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좋은 환경에서 산다 해도 자살 충동이 없는 건 아니고, 어려움 없이 자랄수록 위기는 더욱 힘든 현실이 되는 점에서 오히려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자살에 대해 말하게 하면 자살 충동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살 위험자에 대한 상담 대처 방안으로는 △내담자에 대한 친절과 존경을 표현하고 △내담자의 고통과 감정을 경청하며 △평상시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내담자가 허심탄회하게 다가와서 말하도록 신뢰를 구축하고 △현실적인 지지를 보여주며 △주변 사람들의 고민이나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 말고 △비판하는 태도가 아닌,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존중과 희망을 고취시켜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기독교 상담적으로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에 대한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일깨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살 유가족들도 피해자… 아픔 나눌 곳 마련해 줘야”
남윤영 박사는 자살의 주 요인 중 하나인 우울증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5명 중 4명은 회복하고,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며 “첫 우울증 때 제대로 치료받지 않거나 임의로 조기에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증가하므로 반드시 우울증을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 유가족들에 대한 돌봄에 대해 강의한 하상훈 원장은 “자살자 유가족 및 친인척과 상담하면서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된 부분은 자살 유가족들이 자살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어디서도 상담할 수 없었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수치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고, 자살자 가족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받고 고통스러워하다 자살자를 따라 죽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고, 대부분 함께 살던 지역 공동체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크고 무작정 떠난 사람도 많았다”고 보고했다.
하 원장은 “자살자 유가족들도 또 하나의 피해자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고, 그들이 용기를 갖고 지역사회에 복귀해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맞을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자살 유가족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센터나 이들이 자신의 아픔을 사회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종교기관이나 사회봉사단체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사후예방 프로그램 개발로 자살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자살 유가족들이 자조모임에서 충격과 슬픔을 함께 극복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며 “학교나 교도소, 군부대나 교회 등 공동체에 자살 사고가 일어나면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위기를 신속히 극복하고 다시 정상상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공동체 단위 가이드라인과 프로그램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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