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진 않아요.” (I'm spiritual but not religious.)

최근 들어 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자신의 신앙적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유행 중인’ 표현이다. 그러나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은’ 상태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많은 종교인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 짧은 한 마디는 자신의 삶의 문제들에 대해 종교적인 해답을 찾지만, 조직화되고 체계화된 종교에 소속되기는 싫어하는 젊은 미국인들의 성향을 드러내 준다. 기독교 전문 설문조사 기관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200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18세에서 29세까지의 미국 젊은이들의 72%는 자신이 “종교적이기보다는 영적이다”고 답했다.

줄여서 간단히 ‘SBNR’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같은 성향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또 하나의 종교가 되어가며, 그들만의 세계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형성해나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뉴욕시에 거주하고 있는 히더 캐리우 역시 SBNR을 따르는 많은 젊은이들 중 하나다. 그는 “어떤 틀 속에 나를 한정시키는 것이 싫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며 “내가 죽어 영원한 삶으로 접어들 때 침례교도나 가톨릭교도, 또는 무슬림이라고 이름 붙여진 문으로 들어가진 않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종교적 교리와 규범에서도 자유롭고, 자신이 곧 그 기준이 되는’ 영적인 것에 대한 추구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종교 지도자들의 견해다.

미국 예수회의 제임스 마틴 신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SNBR은 한마디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표현”이라며 “영적이긴 하지만 종교적이지 않다는 건 곧 현실에의 안주와 자기중심주의로 빠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종교적 전통과 가르침에서 단절된 채, 각자의 장소에서 신과 단둘이만 있을 수 있다면 그 신은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겠는가”라는 것이 그의 물음이다. “적어도 그 신이 가난한 자와 당신의 것을 나누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마틴 신부는 지적했다.

신앙에 대한 어떤 신념을 뛰어넘어 패션, 음악과 같은 대중문화로도 급속하게 번져가고 있는 이같은 흐름은 종교적인 것보다는 확실히 ‘쿨하게’ 보이기는 하는 것이다. 반대로 한 종교에 속하고 그 종교 안에 신실하게 머물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노력이 뒤따른다.

마틴 신부는 “사람들은 종교를 싫어한다. 종교에 헌신하는 대신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더 멋진 일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진실한 것이 그렇듯, 종교는 힘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젊은이들 사이에 번지고 있는 종교적인 것에 대한 회피는 기존 종교가 현재 갖고 있는 문제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허핑튼 포스트 블로거인 BJ 갤러거는 “권력과 금력 투쟁으로 부패한 조직화된 종교에 대한 반항”으로서 젊은이들 사이에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진 않다’란 식의 종교 회의주의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