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기독교 역사를 보면 가장 깊은 의미를 갖고 있는 절기입니다. 믿는 우리에겐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처럼 중요한 신앙의 주제가 없을 것입니다. 사순절은 바로 주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게 하는 때이며, 그 후 주님의 죽음에 동참하다가 마침내 영광스런 주님의 부활에 이르게 하는 절기인 것입니다. 중세기 때 기독교 안에 지나치게 미신화 된 요소들을 보며, 기독 개혁자들은 여러 의식과 절기를 더 이상 강조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물론 그 당시 배경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잃게 된 기독교 영적 유산도 없지 않습니다. 사순절 기간을 통해 우리 모두 주님을 깊이 묵상하며 십자가 앞에 더욱 가까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이때 우리가 하는 것은 집중하는 일입니다. 세상의 여러 일들로 희석된 우리의 영성을 다시 한 번 예수님께 포커스 하는 때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우선 내려놓음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나의 시간과 정서를 채우고 있었던 비본질적인 것들을 구별하여 내려놓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스포츠 관람에 남보다 많은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면 이 절기동안 스포츠를 안 보겠다고 결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쇼핑으로 인해 시간을 많이 낭비하고 있다면, 꼭 필요한 쇼핑 외에는 자제하겠다고 마음을 정할 수 있습니다. 주님을 온 맘 다해 사랑하려면 먼저 그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쓸 때 없는 가지들을 쳐내어야 하는 것입니다.

내려놓음과 함께 육체의 훈련을 쌓을 수 있는 때입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 새벽기도를 작정하거나, 정기적으로 금식하거나, 아니면 육식을 금하는 모습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이란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것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눅 9:23) 그러나 현대사회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먹고 입고 즐기는 곳이 아닙니까? 자신이 갖고 있는 무엇인가를 부인하며 산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예수님께선 하늘의 영광을 버리시고 우리를 찾아 오셨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철저하게 부인하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구원을 이루시고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 설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닮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사순절은 또한 묵상을 많이 하는 때입니다. 비본질적인 것을 내려놓고 더 나아가 금욕의 훈련까지 쌓고 있으니, 조용한 시간을 비교적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맑은 때입니다. 바로 이때 우린 주님을 더욱 깊은 자리에서 만나게 되며, 하나님의 말씀을 예리한 통찰력을 갖고 이해하며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예수님의 경우, 40일 금식을 마치셨을 때 마귀의 시험을 받게 되십니다. 그 때 주님께서 말씀을 가지고 어떻게 적용을 하시나 보십시오.(마 4:1-11) 놀라운 통찰력과 파워가 보입니다. 단번에 마귀를 무능하게 만들어 버리십니다. 사순절 기간엔 우리 또한 전에 몰랐던 말씀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비어진 마음으로 주님께 더욱 포커스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금년엔 2월 17일에 시작되어 4월 3일까지 이어지는 사순절 기간이니 아직도 약 3주가 남은 셈입니다. 남은 기간이라도 우리 모두 더욱 집중하는 자리로 나아갑시다. 내려놓음과 육체의 훈련과 깊은 묵상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주님과 십자가를 집중하는 자리로 나아갑시다. 거기서 새로운 능력을 받아 주님과 함께 승리하시는 모두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 가시관 쓰신 내 주 예수님, 이전보다 더욱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