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피겨역사에 길이 남을 충격적인 연기로 꿈의 올림픽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5일(현지시간) 김연아는 캐나다 밴쿠버의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끝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에서 세계신기록인 150.06점을 작성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 78.50점의 신기록에 더해 합계점수 228.56점의 경이적인 성적으로 올림픽금메달을 획득했다. 합계점수는 종전 자신의 210.03점을 훌쩍 뛰어넘는 여자선수로는 역대 유래가 없는 약 230점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날 김연아의 연기는 그야말로 숨이 막혔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김연아의 손끝 하나하나에 눈길이 사로잡히며 역대최고만이 펼칠 수 있는 절정의 연기를 감상했다.

4분여에 걸친 김연아의 연기가 종료되고 나자 전 세계에서 모여든 중계진은 그저 입만 딱 벌릴 뿐 말을 잊지 못할 정도였다. 퍼펙트연기로 금메달을 예감한 김연아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고 그 자리에서 감격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심판진 또한 부인할 수 없는 김연아의 퍼펙트연기에 매료됐다. 생각지도 못한 150.06점이 전광판에 새겨지자 팬들은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김연아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믿기지 않는 순간이다. 이런 점수를 받았다는 게 놀랍고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경기가 끝나고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왜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지 알겠더라, 모든 게 끝났다는 느낌인 것 같다. 이상하게 부담감은 없었다. 준비가 정말 잘 됐고 자신감이 있었다. 편하게 탔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연아 바로 다음으로 연기한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다소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프리 131.72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 절정을 향해 치달은 김연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아사다는 합계 205.50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거는데 만족했다. 김연아와 아사다의 점수 차는 무려 23.06점이나 벌어졌다. 쇼트 4.72점의 차이는 시작에 불과했던 것이다.

캐나다의 조애니 로셰트는 급작스러운 어머니 사망소식의 아픔을 딛고 프리에서도 131.28점을 얻어 합계 202.64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미라이 나가수, 안도 미키 등이 4,5위에 올랐고 한국피겨대표팀의 또 다른 기대주 곽민정은 생애 최고점수인 프리 102.37점 및 합계 155.53점으로 13위에 랭크됐다. 16살의 곽민정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4년 뒤 올림픽이 기대되는 유망주다.

정재호 기자, kemp@uk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