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거리가 시끄럽습니다. 나에게 표를 달라는 후보들의 외침 때문이지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떠드는 사람은 있는데 듣는 청중은 보이질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이 바빠서?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물이 난 것입니다. 떠들면서 헛된 공약만 말할 줄 알지, 국민들의 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민들의 마음 속에서 처절하게 흘러나오는 소리를 경청(傾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세 방법은 더 현대화 되어가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공허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경청을 전혀 연습해보지 않고 권력을 얻게 되니, 국민들이 아주 우습게 보이고,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은 거의 모두 하는 어리석음을 보이는 것이지요.

선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사회에 소통이 없습니다. 내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아집과 고집 뿐이지, ‘상대방의 생각도 옳을 수 있겠구나!’라는 고려가 없습니다. 사회적인 문제 뿐 아니라 부부간의 문제, 부모와 자녀의 문제 등 가정의 문제도 모두 경청의 부재가 문제입니다. 상대방이 “다르다”고 인정하면 대화가 가능한데, 그 사람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갈등 속에 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경청』, 전에부터 읽어야지 마음만 먹다가 이제야 완독했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이토벤’이라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현악기 제조회사의 과장입니다. 어느 날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어서 구조조정을 하게 되는데, 이토벤은 현장 전문가(악기를 수제로 만드는 장인)의 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입장만 강하게 주장합니다. 회사의 방향에 서서 철저하게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고 출세를 노린 것이지요.

그런데 어느 날 뇌에서 종양이 발견됩니다. 청력이 아주 나빠지고 현기증이 나면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고,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별거 중인 아내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현)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남편의 배려와 경청이 없어서 별거 중인 아내의 마음은 여전히 싸늘하고, 발달 장애가 있는 아들은 바이올린을 통해 음악 치료를 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토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죽기 전에 아들 현이를 위한 바이올린을 만들자!’였습니다. 그 바이올린에 아빠의 사랑과 경청의 마음을 담아주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강원도에 있는 생산 공장으로 갑니다. 그곳에는 자신이 과장 시절, 전혀 경청해 주지 않았던 장인들이 회사의 방침 때문에 어렵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따뜻하게 맞아줄 리도 없고, 이토벤도 편할 수가 없었죠.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토벤은 아들을 위한 하나의 수제품 바이올린을 위해 하루하루 투병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귀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입술을 열심히 보는 훈련을 하게 되고,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기 말을 들어주고, 존중해주며, 이해해주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까다로운 생산 3팀의 전문가들(강 팀장, 공명통, 황 독사, 스노우 퀸)의 마음을 하나씩 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에 마음을 열지 않고 경청하지 않는 고집쟁이들이었는데, 겸손하게 경청하며 아들을 위해 바이올린 하나를 만들려고 하는 이토벤으로 인해서 끈끈한 팀워크가 형성된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생산3팀은 필라델피아 현악기 제조 콩쿨에서 금상을 수상하게 되고, 카브드 공법이라는 수제 기술을 통한 다량 생산 연구에 성공하면서 기쁨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이 좋은 순간 본부장의 음모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 진실을 통해 회사와 주주들을 설득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그러면서 ‘경청을 실천하기 위한 다섯 가지 행동 가이드’를 정리합니다.

1) 공감을 준비하자 : 대화를 시작할 때는 먼저 나의 마음 속에 있는 판단과 선입견, 충고하고 싶은 생각들을 모두 다 비워내자. 그냥 들어주자. 사운드박스가 텅 비어 있듯, 텅 빈 마음을 준비하여 상대방과 나 사이에 아름다운 공명이 생기도록 준비하자.

2) 상대를 인정하자 :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잘 집중하여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인정하자. 상대를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해야 진정한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자녀든 부하 직원이든 상사든 한 인격체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하자.

3) 말하기를 절제하자 : 말을 배우는 데는 2년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한다. 누구나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상대를 이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이해 받고 싶은 욕구가 앞서기 때문이다. 이해 받으려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 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 받으라. 말하기를 절제하고, 먼저 상대에게 귀 기울여 주자.

4) 겸손하게 이해하자 : 겸손하면 들을 수 있고, 교만하면 들을 수 없다. 상대가 내 생각과 다른 말을 해도 들어줄 줄 아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경청의 대가는 상대의 감정에 겸손하게 공감하며 듣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 말을 진정으로 들어주고 자기를 존중해주며 이해해주는 것이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상대를 이해하자.

5) 온몸으로 응답하자 : 경청은 귀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도 하고, 입으로도 하고, 손으로도 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계속 표현하라. 몸짓과 눈빛으로 반응을 보이라. 상대에게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를 온몸으로 보내자.

이 책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시죠? ‘상생(相生)’이라는 한 단어만 드리고 과제로 남기겠습니다. 과연 아들에게 바이올린을 줄 수 있을지? 이토벤은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지? 생산 3팀의 팀원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가정이 어떻게 변화가 될지? 결론 내용을 서술하지 않고 과제로 남기는 것은 처음이네요.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말이 많은 목사가 아니라, 성도들의 아픔과 고민에 대해 경청하는 목사가 되는 도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성도들 속에 있는 세미한 아픔과 슬픔까지도 경청할 수 있는 마음이 있기를 소망하는 이 훈 목사.

이훈 목사(분당 만나교회 국내선교부) lhlj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