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연말에는 전쟁의 와중에서 불안과 불경기에 묻혀 정신없이 한 해의 끝을 맞이했었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다고 세계 곳곳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뉴밀레니엄이라며 요란스럽게 떠들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우리는 두 해를 보내게 된 것이다. 늘 그러하듯이 끝이 지나 새로운 시작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잘 쓰는 말 중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그만큼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에 포인트를 두는 말이다. 한편, "가다가 돌아가면 아니 간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일단 시작했으면 도중에 포기하면 안 된다. 혹은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야 한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틀리다라고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두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시작도 중요하고 끝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시간 개념이 어른들처럼 예민하지 않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사신 어른들은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그 중요한 시간을 얼마만큼 유용하게 쓰는가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10대에 들어선 아이들에게 시간의 중요성을 철저히 가르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깨우쳐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열 살이 넘어가면 공부할 분량을 많아지고 활동도 더욱 넓고 다양해지는데, 시간 개념이 확실하지 않으면 능률로 오르지 않고, 또 그렇게 오래 끌다보면 지루해지고 지치게 되며 쉽게 싫증이 나게 된다. 그래서 중학교에서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학부모회나 교내 뉴스를 통해 많이 강조한다.

자녀의 발달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열 살이 되면 시간 관념이 제대로 서고, 자기 할 일을 시간으로 비로소 계산할 줄도 알고 미래를 계획할 줄도 알게 된다. 그런데 아직 시간 개념이 발달하기 전에 성급한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지나치게 잔소리를 하고 몰아붙이게 되면 오히려 게으르거나 미루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 할 일을 정하여 일을 진전시키지 않고 닥치는 대로 적당히 하는 아이들의 경우 대다수가 게으른 아이들이다. 곧 어려서부터 부모가 무엇이든지 알아서 해주고 계획해 주어 의뢰심이 강하고 책임감이 약한 아이로 자라나 이런 현상을 나타낸다.

또한 자녀들 중에 해야 할 일을 끝까지 미루는 아이들이 있다. 미리미리 하지 않고 미뤄놓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서둘러서 하는 아이들은 보통 그 일이 하기 싫거나 어려워서 손대지 않고 있다가 닥쳐서야 허둥대는데, 동기 유발이 부족한 경우에 이런 습관이 싹트게 된다.

이렇듯 시간 관리에 대한 자세는 미리부터 바르게 형성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어려서부터 바른 습관을 들이도록 온 가족이 시간을 맞추어 사는 생활 패턴을 갖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식사를 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된다는 것을 규칙적으로 반복하여 자연스럽게 몸에 배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것은 물론, 정리정돈하는 생활 태도를 갖도록 해준다. 책상 정리, 방 정리 등 자기 물건을 잘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잘 정리된 집에서 실제로 자기 눈으로 보고 스스로 자각하도록 부모님이 신경을 써야 한다. 시간 낭비를 하지 않도록 시간 제한을 두고, 그 시간까지 잘 끝낼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무조건 윽박지르기보다는 이렇게 한번 해보라는 식의 조언과 계획의 지침을 주는 것은 자녀가 시간 낭비 없이 스스로 스케줄을 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에는 시작과 끝이 있음을 자각하고 스스로 계획 관리하는데는 많은 세월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오랜 기간을 통해 깨달아야 할 중요한 몇 가지 교훈이 있다. 아예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하기보다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일이라면 일단 시작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더 건설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시작한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일을 추진해야 한다. 하나님은 항상 자기 자녀가 맡은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능력 주신다는 말씀을 늘 기억해야 한다. 또한 최선의 과정이 있으면 반드시 자기가 뿌린 씨앗의 열매를 거두게 된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참고. 고전 10:13; 빌 4:13; 시 126:5~6).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끝맺음을 잘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일도 끝맺음을 제대로 안하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없다.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여 다른 사람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면 칭찬보다는 도리어 질책을 듣게 될 것이다. 끝마무리는 그 사람의 인격이다. 사람이 남긴 업적과 흔적은 그 사람의 전인격적인 표현이다.

아무쪼록 새로 시작한 한 해가 알찬 열매를 맺는 귀한 시간들이 되기를 염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