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부터 운전을 해왔던 저는 1981년에 미국에 오자마자 혼자 DMV에 가서 운전면허시험을 기분 좋게 통과했습니다. 물론 점수는 합격 커트라인에서 겨우 3점 더 많은 “턱걸이 합격”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당시에 한국에서 운전했던 분들은 오히려 시험에 떨어지는 확률이 높았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제 아내가 300달러의 거금을 들여 10주 동안 운전선생님에게 배우고 나더니 무려 96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단번에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운전선생님의 말을 빌리면, 그 점수는 택시기사도 될 수 있는 높은 점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아내는 제가 운전할 때마다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 이렇게 운전한다”고 지금까지 기세(?)가 대단합니다. 제가 아내에게 자주 지적 당하는 점은 “신호등이 붉은 색으로 바뀌면 미리 미리 브레이크를 밟고, 고속도로에서 내릴 때에는 미리 미리 차선을 바꾸라”는 아주 기초적인 것들입니다.

운전뿐만이 아닙니다. 천천히, 그리고 여유 있게 가는 지혜가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처치 온 더 웨이”(The Church on the Way)의 잭 해이포드(Jack Hayford) 목사님께서 지혜롭게 일을 처리하셨던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그 교회 본당에 오래되고 등이 높은 피아노 한대가 있었습니다. 해이포드목사님은 이 피아노의 거칠고 험상궂은 뒷 부분이 청중을 향해 있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사찰 집사님을 불러서 그 피아노의 방향을 180도 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사찰 집사님은 난색을 표하면서 “목사님, 저 같으면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만일 그렇게 방향을 틀어놓으시면 그 피아노를 교회에 기증하셨던 분이 크게 시험에 들 것입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1년 후에 그 피아노는 180도 방향이 바꿔져 있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아무도 피아노의 방향이 바꿔져 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해이포드목사님이 매 주일마다 2인치씩 천천히 피아노의 방향을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모든 일을 끝내고 싶어 합니다. 때때로 지킬 수도 없는 약속을 남발하고, 어떤 날은 천지를 뒤집어 놓을만한 맹세를 하기도 합니다. 내 자신이 그렇게 변화되겠다는 결심과 맹세는 설사 그렇게 성사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별 탈없이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을 하루 아침에 변화시키려고 한다든지, 하루아침에 변화되지 않는다고 안달하는 것은 서로에게 백해무익할 뿐입니다. 조금 기대치를 낮추고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작은 변화에도 감사하며 칭찬하고 격려하십시오. 하루에 변화되든지, 아니면 일년 만에 변화되든지,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변화되었다는 사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