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를 위해 평양으로 간 저희 아버지는 ‘반민족적 사상 기독교를 외국에서 받아 북조선 인민들에게 유포한 민족반역자’로 붙잡혀 사형을 당하셨습니다(손명옥 씨)”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2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정일을 국제형사재판소로’를 기치로 출범한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가 주최한 이 세미나는 오전 11시부터 근처 청계광장에서 반인도범죄 근절을 위한 대학생 서명캠페인, 오후 2시 국제인권세미나, 오후 6시 인권유린 증언대회 등으로 나뉘어 개최됐다.

김태진 대표(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국제사회의 반인도범죄 근절을 위한 전략적 접근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우간다와 콩고에서 내전을 일으킨 지도자들과 이라크 사담 후세인 등에 대한 재판들이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북한에 대해서는 이러한 노력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배고픔과 고문, 강간 등을 당하며 인권이 무시되는 일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침묵을 깨기 위해 북한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반인도범죄임을 알리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북한 김정일과 측근들이 자신들이 한 짓이 심각한 범죄이며 이에 응당한 대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량아사’와 ‘정치범수용소’ 등 두 가지 중대한 범죄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할 수 있는 ‘반인도범죄’임이 명백하다며,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결정지은 로마 조약 비준국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면책 특권이 주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토론자들도 다양한 방안을 쏟아냈다. 가토 히로시 대표(북조선난민구호기금)는 “우리가 이러한 운동을 한다고 실제로 형사 소추가 가능하거나, 재판소가 신변 구속을 명했다 해도 그것을 집행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며 “그럼에도 이러한 캠페인을 하는 것은 △북한인권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의 관심을 높이고 △UN인권특별보고관의 조사를 계속 거부하는 데 대한 대응 수단이며 △인권을 침해했을 경우 국제적인 제재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할 환경을 갖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대표(열린북한방송)는 “10여년간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개선노력을 기울인 결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주로 국제사회 관심 고조나 북한 인권의 심각성 폭로 수준에 그쳤을 뿐 북한 주민들 인권의 질적 향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이제 북한 인권 운동은 한 단계 더 발전해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많이 알게 해 인권 의식을 깨우쳐 주거나 △국제법과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정권에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등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전자는 북한 정권에 대한 내부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진 인권유린 증언대회에서는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던 정광일 씨와 탈북 후 기독교를 믿었다 북송돼 공개처형 당한 손정남 씨의 딸 손명옥 씨, 지난 1975년 어선이 납북돼 30년간 북한에서 생활하다 극적으로 탈출한 고명섭 씨 등이 북한의 인권유린 실상을 폭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