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장 통합 전국장로회연합회(이하 전장련)와 한국장로회총연합회(이하 한장총)에서 진보교계의 신학 노선을 지적하는 성명이 잇따랐다. 특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발표한 ‘생명의 강 살리기 종교여성 공동기도문(이하 공동기도문)’(2008년 5월 20일)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1024명 목회자 시국선언’(2009년 6월 18일)은 보수 교계로부터 종교다원주의 및 혼합주의라는 비난을 거세게 받았다.
그 가운데 공동기도문은 NCCK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난 이후에도 1년여간 잠잠하다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새삼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심각한 실수와 오해가 빚어졌다는 사실이다. 전장련과 한장총 두 단체는 공동기도문의 작성자로 구미정 교수(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겸임교수) 개인을 지목하고 해명을 촉구했었다.
그러나 NCCK측에 의하면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NCCK는 이미 지난 6월 11일, 해당 사이트 공개게시판을 통해 “문건에 4대 종단 성직자들의 공동 서명이 들어가야 하지만…… 구 교수님의 이름만 들어간 것은 담당위원회와 홈페이지 관리자간의 행정착오일 뿐으로, 이 같은 일들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개인을 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해명서를 올린 바 있다. 아울러 지난 7월에는 숭실대측에 보낸 공식 서한을 통해 “NCCK 사이트에 게시된 공동기도문 아래 구 교수의 이름과 소속 등이 올라간 것은 철저히 홈페이지 담당자의 행정적인 실수”임을 강조하여 오해를 불식시켰다.
이에 기자는 한장총 성명 발표 이튿날인 10월 28일, 국제학술심포지엄 참석차 한양대학교를 방문한 구 교수를 만나 이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구 교수는 공동기도문과 관련, “그 당시 4대 종단의 공동행사라는 정황(컨텍스트)을 배제한 채 공동기도문(텍스트)만 보고 오해해선 안된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시 그가 담당한 역할은 “각 종단에서 넘겨온 글들을 취합하되 개신교의 생태신학을 가미하여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수준”으로서 “개인의 신앙고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기도문을 ‘개인’이 작성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가” 반문하면서, 전장련과 한장총의 발표에 대해서는 “분명히 억울한 일이지만, 장로님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간 대화와 연합이 자칫 혼합주의로 나아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의 믿음이 확고하지 않을 때 오는 불안”일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의 신앙생활은 배타성을 기반으로 할 수 있지만, 이웃 종교인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윤리적으로 선한 일을 도모하는 것이 다원화된 사회의 종교인의 모습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WCC 유치에 대해서는 “한국이 세계교회에 선보일 수 있는 평화의 영성이 분명히 있다”며 “보수와 진보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건강하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은 구 교수와의 일문일답.
-1년 넘게 구 교수님이 공동기도문의 작성자로 이름이 게재되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지난 6월경에야 일련의 경위를 통해 알게 되었다.”
- 공동기도문이 사용된 행사의 개요에 대해 설명해 달라.
“2008년 초부터 NCCK와 기독환경연대 주관으로 4대 종단 대표들이 ‘생명의 강 살리기 도보순례’를 하고 있었다. 100일째 되는 날에는 4대 종단을 대표하는 2백여 명의 여성 종교인들이 한강변에 모여 ‘생명의 강 살리기 종교여성 도보순례 및 기도회’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NCCK 양성평등위원회가 주관한 이 기도회에 나는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공동기도문은 각 종단을 대표하는 네 명의 여성사제들이 각각의 문단을 나누어 읽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를테면 목사와 수녀가 ‘나무아미타불’을 고백했을 리 없고, 비구니와 정녀가 ‘아멘’을 고백했을 리 없다. 신앙고백이라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신앙 대상 앞에서 하는 것이다. 기도문만 평면적으로 놓고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행사라는 입체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라 본다.”
- 공동기도문에 범신론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독교 생태윤리학자로서 나는 하나님이 온 우주만물을 창조하셨고, 따라서 모든 피조물 안에 하나님이 깃들어 계심을 믿는다. 이것은 소위 범재신론에 해당한다. 이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그분만이 계시다는 신앙고백인 바, 유일신론의 생태학적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물질세계 자체를 숭배하는 범신론과 분명히 다르다. 가령 다윗은 ‘하나님은 나의 피할 바위시라’고 노래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시적 표현을 두고 범신론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이런 표현은 인식의 언어가 아니라 고백의 언어이기에 그렇다.”
- 종교간 화합과 일치운동을 펼치는 것이 종교혼합주의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하나님이냐 맘몬이냐, 택하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맘몬을 섬기는 것이 우상숭배요 종교혼합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바알’로 나오든 ‘벨리알’로 나오든 성경에서 우려하는 진정한 종교혼합은 우리 안에 있는 풍요에 대한 욕망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가장 작은 자’를 섬기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쳐감에 있어, 다른 종교인들과 함께 공동의 노력을 도모하는 것을 종교혼합주의라 보지 않는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종교인들이 어떻게 더불어 살고 함께 좋은 세상을 이루어갈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해서 무조건 종교다원주의로 몰 수는 없다.”
- 한국교회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으니 이러한 논란이 감정적으로 깊어지는 것 같다.
“신앙은 보수와 진보로 가를 성질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마음바탕의 순수성이 중요한 것이다. 굳이 가른다면 복음을 믿느냐, 교리를 믿느냐는 준거는 있을 수 있겠다. 10월 31일이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한 날 아닌가? 그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교황의 권위보다 성서의 권위를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그는 보수다. 위대한 개혁은 그런 보수의 순수한 가슴에서 일어나는 거다. 그러니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 사람들은 결국 표면에 드러나는 것들을 보고 판단하게 되는 것 같다. WCC 총회를 유치한 가운데 주도적 역할을 감당해가는 NCCK를 비롯한 진보단체들, 또한 보수단체들은 어떠한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NCCK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만 WCC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데는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있으리라고 믿는다. 외부에서 손님들이 오시는데 집안에서 싸우고 있으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지금은 ‘종교간’ 대화보다도 ‘종교 내’ 대화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모적인 노선 논쟁에 휘말리기보다는 서로의 공로를 인정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함께 손잡고 갔으면 좋겠다.”
그 가운데 공동기도문은 NCCK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난 이후에도 1년여간 잠잠하다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새삼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심각한 실수와 오해가 빚어졌다는 사실이다. 전장련과 한장총 두 단체는 공동기도문의 작성자로 구미정 교수(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겸임교수) 개인을 지목하고 해명을 촉구했었다.
그러나 NCCK측에 의하면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NCCK는 이미 지난 6월 11일, 해당 사이트 공개게시판을 통해 “문건에 4대 종단 성직자들의 공동 서명이 들어가야 하지만…… 구 교수님의 이름만 들어간 것은 담당위원회와 홈페이지 관리자간의 행정착오일 뿐으로, 이 같은 일들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개인을 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해명서를 올린 바 있다. 아울러 지난 7월에는 숭실대측에 보낸 공식 서한을 통해 “NCCK 사이트에 게시된 공동기도문 아래 구 교수의 이름과 소속 등이 올라간 것은 철저히 홈페이지 담당자의 행정적인 실수”임을 강조하여 오해를 불식시켰다.
▲구미정 교수(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
이에 기자는 한장총 성명 발표 이튿날인 10월 28일, 국제학술심포지엄 참석차 한양대학교를 방문한 구 교수를 만나 이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구 교수는 공동기도문과 관련, “그 당시 4대 종단의 공동행사라는 정황(컨텍스트)을 배제한 채 공동기도문(텍스트)만 보고 오해해선 안된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시 그가 담당한 역할은 “각 종단에서 넘겨온 글들을 취합하되 개신교의 생태신학을 가미하여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수준”으로서 “개인의 신앙고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기도문을 ‘개인’이 작성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가” 반문하면서, 전장련과 한장총의 발표에 대해서는 “분명히 억울한 일이지만, 장로님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간 대화와 연합이 자칫 혼합주의로 나아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의 믿음이 확고하지 않을 때 오는 불안”일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의 신앙생활은 배타성을 기반으로 할 수 있지만, 이웃 종교인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윤리적으로 선한 일을 도모하는 것이 다원화된 사회의 종교인의 모습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WCC 유치에 대해서는 “한국이 세계교회에 선보일 수 있는 평화의 영성이 분명히 있다”며 “보수와 진보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건강하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은 구 교수와의 일문일답.
-1년 넘게 구 교수님이 공동기도문의 작성자로 이름이 게재되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지난 6월경에야 일련의 경위를 통해 알게 되었다.”
- 공동기도문이 사용된 행사의 개요에 대해 설명해 달라.
“2008년 초부터 NCCK와 기독환경연대 주관으로 4대 종단 대표들이 ‘생명의 강 살리기 도보순례’를 하고 있었다. 100일째 되는 날에는 4대 종단을 대표하는 2백여 명의 여성 종교인들이 한강변에 모여 ‘생명의 강 살리기 종교여성 도보순례 및 기도회’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NCCK 양성평등위원회가 주관한 이 기도회에 나는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공동기도문은 각 종단을 대표하는 네 명의 여성사제들이 각각의 문단을 나누어 읽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를테면 목사와 수녀가 ‘나무아미타불’을 고백했을 리 없고, 비구니와 정녀가 ‘아멘’을 고백했을 리 없다. 신앙고백이라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신앙 대상 앞에서 하는 것이다. 기도문만 평면적으로 놓고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행사라는 입체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라 본다.”
- 공동기도문에 범신론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독교 생태윤리학자로서 나는 하나님이 온 우주만물을 창조하셨고, 따라서 모든 피조물 안에 하나님이 깃들어 계심을 믿는다. 이것은 소위 범재신론에 해당한다. 이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그분만이 계시다는 신앙고백인 바, 유일신론의 생태학적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물질세계 자체를 숭배하는 범신론과 분명히 다르다. 가령 다윗은 ‘하나님은 나의 피할 바위시라’고 노래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시적 표현을 두고 범신론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이런 표현은 인식의 언어가 아니라 고백의 언어이기에 그렇다.”
- 종교간 화합과 일치운동을 펼치는 것이 종교혼합주의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하나님이냐 맘몬이냐, 택하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맘몬을 섬기는 것이 우상숭배요 종교혼합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바알’로 나오든 ‘벨리알’로 나오든 성경에서 우려하는 진정한 종교혼합은 우리 안에 있는 풍요에 대한 욕망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가장 작은 자’를 섬기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쳐감에 있어, 다른 종교인들과 함께 공동의 노력을 도모하는 것을 종교혼합주의라 보지 않는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종교인들이 어떻게 더불어 살고 함께 좋은 세상을 이루어갈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해서 무조건 종교다원주의로 몰 수는 없다.”
- 한국교회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으니 이러한 논란이 감정적으로 깊어지는 것 같다.
“신앙은 보수와 진보로 가를 성질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마음바탕의 순수성이 중요한 것이다. 굳이 가른다면 복음을 믿느냐, 교리를 믿느냐는 준거는 있을 수 있겠다. 10월 31일이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한 날 아닌가? 그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교황의 권위보다 성서의 권위를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그는 보수다. 위대한 개혁은 그런 보수의 순수한 가슴에서 일어나는 거다. 그러니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 사람들은 결국 표면에 드러나는 것들을 보고 판단하게 되는 것 같다. WCC 총회를 유치한 가운데 주도적 역할을 감당해가는 NCCK를 비롯한 진보단체들, 또한 보수단체들은 어떠한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NCCK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만 WCC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데는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있으리라고 믿는다. 외부에서 손님들이 오시는데 집안에서 싸우고 있으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지금은 ‘종교간’ 대화보다도 ‘종교 내’ 대화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모적인 노선 논쟁에 휘말리기보다는 서로의 공로를 인정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함께 손잡고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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