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해외자본으로 설립된 북한 내 첫 대학으로 관심을 모은 평양과기대가 준공식을 거행한 가운데, 설립자인 김진경 총장이 정상적인 개교를 위해 정치적 민감성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배려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또 북한 당국은 미국 상무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과기대에 대한 컴퓨터 등 첨단 교육기자재의 반출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미국이 원할시 언제든 회수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준공식 직후인 17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제교육미국 국제교육컨소시엄의 캐로린 비숍 회장과 세계무역센터협회의 존 딕슨 이사장, 로널드 엘리스 캘리포니아침례대학 총장 등 미국 내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교수임명 등 운영권 모두 김진경 총장에 부여
준공식 마쳤지만 개교까지 넘어야 할 산 많아


김 총장은 “북한 정부가 미국 시민권자인 저에게 학교 운영권을 맡기고, 한국과 해외 전문가들이 직접 평양에 들어가 북한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허용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학사 운영에 대해선 김 총장과 북한 교육성이 임명한 북한측 총장이 공동으로 50년간 운영하나, 학교측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교수임명권과 연구개발센터 등 산학협동단지의 조성 운영권을 모두 김 총장에게 부여해 북한 당국이 학사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학교측은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와 다양한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 내 경제산업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준공식을 마무리했지만 정상적인 개교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 총장은 “학교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와 교직원의 장기체류 문제가 큰 걸림돌 중 하나라고 말했다”며 “첨단 과학기술을 가르치고 연구소를 운영하려면 그에 따른 컴퓨터 등 첨단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런 장비의 반입이 금지된 상태”라고 전했다.

김 총장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당초 건물 완공 뿐 아니라 연구소와 강의실에 모든 장비를 갖춘 뒤 준공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7월 갑작스레 준공식을 허가했다. 이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등으로 강경책을 구사하던 북한 당국이 정책을 완화한 시기와 때를 같이한다. 하지만 개교 문제는 계속 정치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김 총장은 밝혔다.

관계자들 “북한과 국제사회 조금씩 양보하길”
“시기상조란 주장 있지만 기여할 바 있을 것”


김 총장은 “학교에 재정을 지원하는 일부 관계자들은 북한과 국제사회 모두 조금씩 양보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성을 배제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먼저 강조하자는 것” 이라며 “북한 당국은 기자재 반입 등을 대북 제재 해제와 연계하지 말고 먼저 개교를 허용한 뒤 순차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고, 국제사회는 교육 분야만큼은 먼저 제재를 풀어 컴퓨터 등 연구소 내 기자재 반입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 평양과기대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는 질문에는 “그렇다. 구호는 훌륭하지만 결국 북한의 엘리트층 자녀들만 혜택을 받을 것이고, 또 졸업생 대부분이 정부에서 일하게 될 것인 만큼 체제의 공고화만을 도와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 내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아직은 시기상조란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학교 측과 다른 관계자들은 학교를 통해 북한 고위층이 국제사회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교류와 경제개발을 통해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