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대 한인회장으로 동분서주 지역사회를 섬겨온 은종국 장로를 만났다. 한인회장이기에 앞서 한 교회를 몇 십 년간 섬겨온 장로로, 애틀랜타의 올드 타이머로, 기독실업인회(CBMC) 창립멤버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온 은 장로는 주류사회에서도 ‘영향력 있는 경제인’으로 꼽힐 정도로 활동의 보폭이 넓다.

‘다리 놓는 한인회가 되겠습니다’를 기치로 내걸고 운항을 시작한 제 28대 한인회 ‘선장’으로 이끌어온 2년여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시점. 한인회장 재출마 여부를 놓고 또 다시 논란의 쟁점에 서있는 은종국 장로를 만나 ‘다리 놓는 한인회’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교계와 협력관계 확대’에 대한 평가와 한인사회가 바라는 교계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은종국 회장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24시간이 짧으시죠?
“하나님께서 누구에게나 24시간을 허락해주셨는데, 그 이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

-28대 한인회장으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을 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한인회장으로 많은 일을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1979년도에 애틀랜타로 이주해왔으니 저도 비교적 ‘올드 타이머’라 불릴 정도로 고참입니다. 당시에는 한인이 2-3천명에 불과했고, 한인교회도 4-5개가 전부였죠. 그때와 비교해 볼 때 지금의 한인사회는 규모나 영향력면에서 주류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는 제가 교회 안에서 평생을 훈련 받은 신앙인이다 보니 ‘이웃을 섬기는 일’ 가운데 하나로 한인회장이 훌륭한 도구(tool)이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장로로 한인회장 일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한인회장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일을 시작하는 편이 아닙니다. 당시 한인회장 출마도 주변의 권유가 크게 작용했어요.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맡기고 주신 사역이라고 생각하니 별 어려움 없이 1년 반이 흘렀습니다. 다만 형평성을 위해 특정 종교에 관계된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경우, 공직자로 해야 하는 만큼은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말이 많았죠(웃음).”

-지난 임기 동안 ‘교회 예산 1% 한인회 후원운동’ ‘주보에 한인회 소식 싣기’ ‘한인회 등록운동’ ‘패밀리 케어센터 설립’ 등 교계와 연계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다리 놓는 한인회’ 일환 가운데 하나로 한인사회와 교계를 연결한다는 일환으로 추진했죠. 결과적으로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저는 과연 교회의 역할이 뭔가 묻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교회의 사회참여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만, 이민사회에서 교회가 갖는 특수성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애틀랜타 이민사회를 40년이라고 본다면 누가 뭐라 해도 이민교회는 이민사회의 도움을 받고 성장했습니다. 이민사회를 빼 놓고 교회를 생각할 수 없잖아요? 교회가 이민사회를 위해 뭔가 해야 합니다.”

-이민교회의 사회참여라는 것이 재정적인 후원을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꼭 그렇지는 않지만 생각해보세요. 80년대 말만해도 자체 성전을 가진 교회는 3개 정도 였어요. 지금은 웬만한 교회는 크던 작던 자체 예배당이 다 있습니다. 이민사회가 경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헌금이 늘어났고, 교회가 성장하고 성전을 마련하는데 큰 역할을 감당했다는 말입니다. 가령 교회예산 1%를 한인회에 기부해 달라는 제안을 했을 때 말도 많았지만,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을 재고하는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교회 목사님들과 교계 리더분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하면 대부분 동의하시고, 최소한 반대하시는 분은 거의 없었어요. 문제는 뭔가요? 공감에 그친다는 거에요. 실천이 약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그렇다면 한인회장으로 바라는 교계의 참여는 무엇인가요?
“제가 교회에서 장로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교회가 너무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어요. ‘내 교회’ ‘내 목사님’ 좋지만, 이제는 개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 초대교회가 교회 밖 구제와 봉사에 앞장섰던 것처럼 교회들이 힘을 모아 결집력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왜 이런 쓴소리를 할까요? 문제도 많고 어려움도 있겠지만 교회가 변하지 않으면 한인사회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교회가 그래도 한인사회의 ‘구심점’이요 ‘희망’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세상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네 맞습니다. 세상에 들어간다고 ‘세속화’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교회에서 훈련 받은 리더들이 비전 갖고 사회에서 자신의 은사를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한인회의 역할은 어떻게 규정되야 할까요?
“한인회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봉사와 교육의 기능입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힘들고 어려운 동포들이 많습니다. 겉에서 보고 한인회가 무슨 일을 하나 싶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꾸준하게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대표성입니다. 미 주류사회는 이제 소수민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숫자가 많고 민족성이 우수한 한인들에 관심이 많은데, 이들을 대표하는 기관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이르지만 지난 20개월 임기를 평가한다면?
“많은 분들이 ‘많은 일을 했다. 열심히 했다’는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에 제시한 두 가지 한인회 기능(봉사와 교육, 대표성)이 자리 잡도록 했다는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남은 임기에 잘 정착되도록 힘쓸 것입니다.”

-차기 한인회장 재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발표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인회에서 최근 오픈한 홈페이지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앞으로 운영방안을 말씀해주십시오.
“한인회 홈페이지는 오랫동안 구상해온 부분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큰 요즘, 지역사회 뿐 아니라 전 세계는 인터넷으로 통하고 있어 웹을 통한 네트워킹은 필수입니다. 애틀랜타 한인회가 주류사회는 물론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홈페이지를 구축했습니다. 간혹 이를 통해 수익사업을 할 것이냐고 물어오시는데, 돈을 벌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한인회 사업을 위해 후원금이 필요한데,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에게 일방적으로 달라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이익(Benefit)을 드리는 차원에서 홈페이지에 사업체를 광고해주는 방법을 생각한 것입니다.”

-바쁘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