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발달과 함께 인간 수명은 급속도로 연장되었다. 1960년대 본국 국민들의 평균 수명은 52세에 불과했지만 2006년 기준 평균 79.1(남성 75.7세, 여성 82.4세)로 대폭 연장되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평균수명 이외에 '건강수명'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안하고 있다. 건강수명이란 질병이나 장애 없이 살 수 있는 수명을 뜻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의 차이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의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의 차이가 5-6년인데 반해 한국인들은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즉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균수명은 연장 됐지만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여 양질의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특히 이민 1세들의 노후 마련은 준비되지 못한 채 우리들에게 너무도 빨리 다가왔다. 한인 노인인구 증가는 가속화 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편의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인 노인들을 위한 양로시설이 없다 보니 언어와 음식이 전혀 다른 외국 양로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대화가 통하지 않고 정서가 다른 뿐 아니라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매일 먹어야 한다는 노인들의 고통은 자녀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존 홉킨스 병원에서 원목을 지낸 손현주 목사는 이런 어려움을 깨닫고 3년 전 훼드럴웨이에 그린하우스 어덜트 패밀리 홈(Green House Adult Family Home 이하 그린하우스)을 운영하고 있다. 그린하우스는 두 곳을 마련하고 할머니 12명과 할아버지 6명을 각각 모시고 있다.

2006년 10월 주 정부로 부터 인가를 받아 시작된 그린하우스는 대부분의 노인들이 정부혜택을 받아 무료로 들어와 지내고 있다. 미국 전문 간병시설처럼 의사가 상주하진 않지만 정기적으로 각 진료과목별 의사와 간호사가 직접 방문해 진료를 하고 있으며 응급 상황 시 911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침대와 휠체어 지원과 개인생활을 위한 특수차량까지 지원된다.

그린하우스의 식구들은 노년을 한국에서 보내는 것과 같이 생활한다. 한국 음식과 문화를 나누며 척박한 이민사회를 경험하며 잃었던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이다. 미국인 의사들도 노인들의 건강이 회복되는 이유를 정서적 안정이라고 말한다.

손 목사는 "대다수 한국 분들은 한국 양로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미국 양로원의 시설을 선호하지만, 꼭 시설이 좋다고 서비스가 좋은 것이 아니고 또한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맞아야 부모님들이 편하게 지내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린하우스의 노인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것은 여럿이 함께 먹는 식사다. 집에서 혼자 식사해야 하는 노인들은 혼자서 밥을 먹게 되어 밥맛도 없고 끼니를 거르게 되는 횟수가 잦아지며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이곳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건강 식단으로 세 끼를 먹는 것이다. 독거하며 영양실조로 쓰러진 할아버지 한 분은 미국 양로원에서 건강이 더욱 악화됐다가 대한 부인회를 통해 그린하우스를 찾아와 건강을 회복하기도 했다.

그린하우스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의 노인들로 이들은 정부혜택을 받아 무료로 지내고 있다. 65세 이상이라면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무료로 생활할 수 있다. 65세 미만이라도 영주권자나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면 무료로 지낼 수 있다.

손 목사는 병원에서 원목으로 일할 때부터 한국 사람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무엇을 물어 보고 싶어도 말이 안 통해 물어보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혜택 받을 수 있는데 모르는 분들에게 알려드리는 일도 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손 목사는 노인들을 도우며 보람도 느끼지만 인생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 가장 축복이라고 말한다.

"억만장자였건 거리의 노숙자였건 병원 환자복을 입으면 똑같은 사람입니다. 우리의 눈은 겉모습을 보지만 하나님은 중심을 보십니다. 사람의 겉모습을 보지 않고 사람을 한 인격체로 볼 수 있는 것이 축복된 것 같습니다. 또 할머니들을 보며 인생 공부를 많이 하게 됩니다."

사업을 하던 남편 김대규 씨도 양로원 사역이 커지자 자신의 일을 정리하고 손 목사의 사역에 힘을 실었다. 그는 사업을 통해 마련한 집을 팔아 지금의 그린하우스를 세웠고 못하는게 없어 할머니들 사이에서는 맥가이버로 통한다.

자원 봉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할머니들과 말동무가 되어 드리는 것부터 미용, 통역 등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다. 앞으로는 비영리단체로 등록해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봉사 점수를 줄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린하우스는 앞으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집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양로원들과 같이 한국 양로원을 프랜차이즈로 만들어서 미주에 널리 퍼진 한인들의 노후를 돕겠다고 밝혔다.

문의 : 253-508-8902

▲사진 촬영에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부모님들


▲손 목사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