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흑인들의 한인 상점 불매 운동을 진화하려는 노력

1988년 9월경에 애틀랜타에서 일부 흑인들이 한인 상점 불매 운동을 전개하여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일부 흑인들이 “한인이 경영하는 상점에서 물건을 사지 말자.”는 팜플렛을 살포하고 10월 10일 오후 8시 휘트침례교회(마틴 루터 킹 목사 센터 근처 어번 애비뉴에 있는 Wheat St. Baptist Church) 교육관에서 대대적인 모임을 갖고 본격적인 한인 상점 불매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로 조지아 한인 식품협회(회장 방남규)는 1988년 9월 29일 밤 11시 30분에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우선 협회 측은 흑인 지도자와 평소 좋은 관계를 맺어온 이점을 살려 흑인 지도자를 바로 다음날 만나서 흑인들의 불매 운동 모임을 저지키로 하였다. 또한 방남규 회장은 흑인 사회에서 사업을 하는 이상 흑인과의 다툼이나 마찰을 절대적으로 피할 것을 회원들에게 당부하였다.

뉴욕 흑인들의 불매운동을 잘 알고 있는 한인 지도자들은 한인 상점 불매 운동을 사전에 진화하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한인 상공회의소 최수일 회장은 한인 사회와 흑인 사회의 마찰에 대한 한인 상공회의소의 지침을 알렸다. 동 지침은 1 흑인들의 불매 운동은 하루 아침에 끝날 일이 아니라 지구전이 될 것이고, 2 우리 한인들이 조금 양보하는 선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3 우리와 흑인들이 서로가 소수민족임을 주지시키고, 5 피해자라는 흑인이 나타나면 즉각적인 답변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고, 6 한인 사회를 과대 혹은 과소하게 소개하지 말되 약간 적게 소개하고, 7 흑인 사회의 문화적인 행사에 적극 참여하여 흑인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었다.

흑인 지도자 호세 윌리암스(Joshea Williams)씨(시의원, 목사)가 주도하는 한인 상점 불매 운동 공청회가 1988년 10월 10일 휘트침례교회에서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호세 윌리암스 씨 주도로 17명 흑인이 나와 불만을 토로하였는데, 이 중 15명은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애틀랜타에 있는 250여 개의 한인 상점을 몰아내어야 흑인들이 살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하였다.

그런데 스탠(Stan)이라는 흑인은 단상에 올라와 “나는 애틀랜타 시청에 근무한다. 한인들을 나무라기 이전에 우리 자신들을 생각해 보자. 우리 흑인들보다 근면한 한인들을 쫓아내서 얻을 것이 무엇인가?”라면서 다른 흑인들과 상반되는 주장을 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등장한 (이 공청회의 유일한 백인) 희랍계 백인 죠지(George)씨는 “나는 한인이 아니다. 나는 한국인을 안다. 한인들이 다른 민족보다 근면하다는 것을 말해 주려 왔다. 얼마나 많은 흑인들이 하루에 16시간씩 일을 하는가? 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서 많은 야유와 고함 속에 발언은 중지되고, 호세 윌리암스씨가 청중을 제지하는 가운데 몇 명의 흑인들을 공청회장 밖으로 내쫓은 후 공청회가 끝나버렸다. 방남규 한인식품협회장과 이준남 총무가 끝까지 단상에서 공청회를 지켜보았고, 주최측은 이들을 정중하게 대우하였다.

1988년 10월 18일 오후 7시 흑인 타운에 위치한 흑인 전용 패스칼 호텔에서 한인 40여 명과 흑인 6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상호간 마찰을 해소하기 위한 디너 파티를 가졌다. 이날 파티에서는 당시 대두되고 있는 흑인들의 한인 상점에 대한 불매 운동에 관해 상호 관심사를 나누었다. 이날 한인 식품협회 방남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긴 시간을 두고 관계 개선을 가지며 공존하자고 말했다. 이어 흑인 커뮤니티에서는 약 14명이 발언하였다. 이날 대다수의 흑인들은 지난 한인 상점 불매 운동 공청회와는 대조적으로 발언하였다. 심지어 어떤 흑인 목사는 “한인들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흑인 무숙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한인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고 전하였다.

1988년 9월부터 1988년 11월 중순까지 일어났던 한인 상점에 대한 불매 운동이 한인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일단락 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조지아 한인 식품협회(회장 방남규)가 주동이 되어 한인 상공회의소(회장 최수일)와 한인교회협의회 인권옹호위원회(위원장 박성용 목사) 등은 I.C.W(대표 R. Stewart), 호세 윌리암스 목사, S.C.L.C(대표 Dr. Joseph E. Lowery) 등을 차례로 만났으며 11월 14일 오후 9시 호세 윌리암스 목사의 교회에서 있었던 공청회에서 더 이상 이 문제를 인종 문제로 비약시키지 말고 일단락 짓기로 합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