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박사(고신대 석좌교수)가 기독교인의 소유 개념에 대해 독특한 비유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주일(26일) 성전 건축 문제로 미국에 방문 중인 오정현 담임 목사를 대신해 사랑의교회에서 설교를 전한 손 박사는 “거저 받았으니”(마10:5~10)라는 주제로 성도들에게 고언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손 박사는 먼저 “우리가 누리는 언어, 건강, 교육, 훈련 심지어 일하고 싶은 의욕까지도 어느 하나 거저 받지 않은 것이 없다”며 “하지만 인간은 모든 성취와 성공을 내가 잘해서 받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라 말하면서 실제로 구체적인 삶에는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배은망덕하다. 우리가 받은 게 거저 받은 것들이라면 하나님께,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거저 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더 논리적이지만 우리는 그것에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기독교는 사유재산 인정, 이용하되 누리려 해선 안돼”

그러면서 손 박사는 과연 성경이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렇다”며 “‘도적질 하지 말라’는 말씀도 사유재산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말이 안 된다. 사도행전의 아나니아와 삽비라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노동의 대가는 합법적인 것으로 역사적으로도 사유재산을 인정해야 질서가 섰다”며 “피땀 흘려 번 돈을 노는 사람이 함께 쓴다는 것은 정의에서도 어긋난 것”이라고 말했다.

손 박사는 “그렇다면 사유재산만 인정하는가. 본문에서 거저 받은 것을 거저 주어라는 말씀을 보면 우리가 가진 것을 마음대로 독점하고 쓸 수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며 “이용할 수는 있지만 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 박사는 그 예로 예수님의 제자들을 들며 “제자들에게 병을 고치고 죽은 사람을 살리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주었지만 제자들은 그 능력으로 돈을 버는 데 쓰지 않았고 그것에 의지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했다”고 전했다. 또 하나의 예로 예전에 정부종합청사에서 차관들과 회의를 가졌던 기억을 전했다. 손 박사는 “저는 회의를 나서며 저벅저벅 지하철로 갔는데 차관들은 운전수가 문을 열어주는 큰 차를 타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불만을 가졌으나 순간 다시 회개하게 됐다”며 “그분들은 좋은 차가 있어야 나라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즐기라고 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국민을 섬기라고 하는 것이다. 대학교수에게 명예를 주는 것은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라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적으로 자본주의 인정하지만 원칙적으론 사회주의
세상원칙은 공헌만큼, 하늘나라 원칙은 필요만큼 보상

이에 손 박사는 “기독교는 제도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반대할 수 없지만 원칙적으론 사회주의”라며 “어떤 의미에선 이중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즉 다른 사람의 소유와 권력에 대해선 인정해야 하지만 나의 소유에 대해선 내 것이 아니라는 사회주의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박사는 복음병원을 세웠던 장기려 박사의 일화를 소개하며 “장 박사님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 청소원 모두 월급을 똑같이 주었다. 식구가 많은 이에겐 많이 주고 적은 이에겐 적게 주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북한에 가족을 두고 아들 하나만 데려왔던 장 박사는 원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을 가장 적게 받았다.

손 박사는 “세상의 원칙은 공헌한 만큼, 노력한 만큼 보상받지만 하늘나라의 원칙은 필요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기독교 기관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원칙대로라면 기독교 정신을 가진 교회, 기독교 기관에선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 박사는 “모든 것을 보편화해서 모든 교회와 기관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것이 하나의 이상이지 않겠는가”라며 “이 땅에서는 자본주의여야 일이 되고 하늘나라에서는 사회주의여야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