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소송으로 호흡기 제거 판결을 받은 김 할머니가 지난달 23일 호흡기를 제거한 후 한 달이 지났다. 당초 의료진에서 “2-4주가 고비이며, 고비를 넘긴다면 장기간 살아계실 수도 있다”고 말한 것에 비춰보면 고비를 넘긴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이상원)에서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법안 제정까지 시도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존엄사’에 대해 “입법을 준비하는 의원과 단체는 현 시점에서 ‘어떻게 죽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그치고, 죽음의 과정에 있지만 여전히 존엄한 생명을 가진 사람들과 가족 또는 보호자들을 어떻게 도울까에 초점을 두고 논의하며 필요할 경우에는 법안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구소는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로 신성하고 존엄하다”며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는 인위적 기준으로 인간의 죽음을 앞당기려는 시도에 반대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인간은 누구나 수명이 얼마나 남아있는지와 상관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있는 인간으로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존엄사’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등의 용어는 노령이나 기타 중환자들의 생명을 단축시키려는 행위를 미화하는 사실상 안락사를 포장한 것일 뿐”이라며 “사람의 생명은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명백히 표현할 수 있든 없든 존중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 다만 “‘임종환자에 대한 부자연스러운 과잉치료의 절제’는 의료윤리 측면에서 논의돼야 하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노력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이러한 의미에서 대법원의 호흡기 제거판결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진지한 논의를 거쳐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인들을 향해서는 “성급하게 의미가 모호하고 오해 소지가 있는 ‘존엄사’ 기준이나 지침을 만들기보다 완화의료와 호스피스 등 임종 전 보살핌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경제적·정신적 이유로 존엄사가 이뤄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은 충분히 이해해야 하지만, 그러한 고통 가운데서도 의미를 찾는 친생명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 문제와 관련, 정부 측에 “환자와 가족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중단의 유혹이나 압력을 받지 않도록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문제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