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지역 이웃 주민들을 위해 목회자 167명이 기록적인 폭우 가운데서 우산도 없이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힘없는 이들은 20분도 안돼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되고 말았다.

살 곳을 잃어 거리로 나선 이들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연행된 47명 중 서경석 목사 등 ‘주동자’ 5명은 입건됐다.

이들이 도로에 드러누운 것도 벌써 세 번째다. 서경석 목사는 “언론에서 보도돼 많은 국민들이 우리의 뜻에 공감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얌전한’ 집회만 해서는 힘없는 이들을 보도할 언론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제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목사 가운을 입고 성찬식을 하고, 서울역 광장에서 1백여명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재개발지역 주민 보호하라’는 구호를 외쳐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폭력적이고 조직적인 촛불집회에 비하면 이들의 외침은 외마디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도 지난번보다 6배나 많은 목회자들이 함께했다. ‘드러누울 곳’도 교통량이 많아 이전보다 더 효과가 큰 시청 앞 도로였다.

고민도 많다. ‘불복종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법을 어겨야 하기 때문이다. 목회자로서 기도보다 ‘세속적인 방법’을 의지한다는 비난섞인 눈초리도 부담이다. 예배드릴 때만 입는 거룩한 가운을 입고 도로에 드러누워야 한다.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나섰지만 ‘보수 목사들’, ‘이익 집단들’이라며 매도하는 비아냥도 감내해야 한다.

▲장대비를 맞으며 시위하고 있는 상가임대교회 목회자들. 한국교회는 이들의 우산이 되어줄 것인가? ⓒ송경호 기자
하지만, 목회자들은 이 시대 가장 약자인 신도시·재개발 지역주민들을 위해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재개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주민 공동체를 파괴하고 주거지를 빼앗아 ‘제2의 용산참사’를 불러오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전제로 하는 ‘윈윈(win-win)’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거리로 내몰린 여기 ‘상가임대교회’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비록 작지만 1만여곳 넘는 교회들의 목회 터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에 비하면 한국교회의 관심이 덜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김포·한강 신도시 개발지역만 해도 60여곳의 상가임대교회들이 이사 비용만 받고 문을 닫아야 했다. 하루아침에 목회 터전 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까지 잃어버린 이들은 한국교회의 도움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상가임대교회들이 사라진 재개발 지역은 대형교회들의 ‘각축장’으로 변해버린 것도 사실이다. 이날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거리로 나선 목회자들을 따라나선 50여명의 성도들도, 침묵 속에서 이들을 보며 기도하는 수많은 성도들도 한국교회의 ‘처방’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