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 탄생 5백주년을 맞아 1박 2일간 강남구 대치동 서울교회(이종윤 목사)에서 진행된 기념대회 마지막 순서로, 분과별 토의를 이끌었던 신학자들이 패널토의 시간을 갖고 칼빈 신학에 비춰 현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번째로 발제한 손봉호 박사(전 동덕여대 총장)는 먼저 장로교 제도 중 총회장과 교회 직분자들의 역할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손 박사는 “칼빈에 의하면 당초 장로교의 총회장은 총회에서 사회를 보는 것으로 임무가 끝난다”며 “반면 우리나라에선 1년 내내 총회장으로서의 권한을 지닌다. 이는 장로교 원칙과 칼빈 사상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봉호 박사(전 동덕여대 총장)가 발제하고 있다. ⓒ 송경호 기자

손 박사는 “유엔 총회가 장로교의 제도를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 유엔 총회 의장은 회의가 끝나면 사라지고 사무총장이 1년간 역할을 감당한다”며 “반면 한국은 총회장이 각종 회의에 참여하게 되어 지나치게 높게 평가받는다. 각종 위원회를 설립하고 총무에게 권한을 부여해 총무가 얼마든지 맡아 일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박사는 또 “교회가 당회를 조직하지 않고 목사 혼자 치리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으며, “교회에서 집사는 원칙적으로 구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교회 집사들은 구제는 뒷전이고 살림에만 집중한다. 이 역사 칼빈 사상에 어긋난다”고도 했다.

장로직에 대해서는 “칼빈은 장로의 임기를 1년으로 했다”며 “저도 장로이지만 장로들도 재신임을 받고 임기도 훨씬 줄여야 한다. 인간의 전적 부패사상이 그런 데서도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칼빈이 ▲구제를 중요시하고 ▲금욕을 강조하며 ▲정치·사회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금욕에 대해서는 “한국교회는 축복받는 것을 중요시하고 성공신학이 지배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칼빈 사상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정치·사회적 관심에 대해서는 “(현 한국교회가) 교인들로 하여금 교회 성장에만 관심 갖게 한다. 교회 청년들에게도 사회문제에 신경을 쓸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경을 최우선시하지 않으면 한국교회 위험
이종윤 목사 “2012년까지 장로교 하나되자”

정성구 박사(한국칼빈주의연구원장)는 “한국교회 목사들이 칼빈이 했던 설교를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칼빈은 예민하게 구속사적인 시각에서 설교했다. 즉 역사 배후에 움직이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고 구속사를 움직이는 주권 섭리를 높여 청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설교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교회 목사님들은 소위 교양적인 설교를 하고 있다. 심리적으로 요리하는 강단이 교정되지 않으면 안된다”며 “성경을 최우선의 권위로 삼지 않으면 한국교회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양호 교수(연세대, 한국칼빈학회 회장) 역시 같은 의견을 보이며 “칼빈은 제네바에서 쫓겨났다가 3년 뒤에 돌아왔을 때, 쫓겨가기 전 전했던 본문을 이어 설교했었다”며 “항상 성경을 중심으로 설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수 박사(합신대학원대)는 “목회자들이 설교를 전할 때 은혜를 끼치기보다는 진리를 전하고자 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너무 가벼운 기독교로 전락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조 박사는 “한국교회가 칼빈을 말하고 그의 신학을 좋아하면서도 칼빈처럼 성경 주석을 쓰려 하는 경우는 없다”며 “칼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신구약 성경 전체는 아니라 할지라도 한국 신학자들이 쓴 주석이 많이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지막으로 인사말을 전한 기념대회 대표회장 이종윤 목사는 “교회 연합은 신학적 일치를 가져오지 않고서는 정치적으로만 이룰 수 없다”며 “신학자들이 계속해서 모여 만나다 보면 공통분모를 찾게 된다. 2012년 장로교 총회 설립 1백주년이 되는 해를 목표로 어떤 형태로든지 하나되는 일을 추진하자”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