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감독회장 선거 이후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감리교의 총체적인 개혁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폭포수같이 쏟아졌다.

최종 2,084명이 지지서명을 한 가운데 19일 11시 종교교회(최이우 목사)에서 열린 전국감리교목회자대회에서는 제도개혁에서부터 공교회성 회복까지 구체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민심’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약 2천여명이 참석한 이날 대회에서 목회자들은 “자복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긍휼과 은혜를 구한다”며 ‘회개, 변화, 비전’ 선언문을 채택하고 교단의 빠른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사회의 나침반이 되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자정능력을 상실한 채 사법부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은 주님의 몸 된 교회의 권위를 한없이 실추시키고 말았다”며 “웨슬리의 성서적 경건에 기초한 자랑스런 감리교회의 신앙전통은 금권 및 불법타락 선거로 말미암아 그 빛을 잃은 채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고 통탄했다.

이에 회개와 자정, 변화와 갱신, 책임과 비전을 선언한 이들은 총체적 변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개혁입법을 우선할 것 ▲소송 당사자들은 본안 판결을 수용하고 직무대행은 빠른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 ▲금권 학연 파벌 정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할 것을 강조했다.

또 ▲연급 순 의회제도를 개선해 직능별, 연령별, 성별, 전문성 등의 대표성을 보장할 것 ▲감독제도를 혁신적으로 개혁할 것 ▲은급제도를 개선하고 미자립교회 문제와 목회자 최저생활비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돈과 권력 본부에 집중시킨 결과가 사태 초래”
당사자 처벌 목소리도 거세, 개혁입법 실현이 관건


▲이날 대회에는 전국에서 감리교의 개혁을 갈망하는 2천여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 송경호 기자


1부 예배에 이어 2부 제안 마당에서는 감리교 현안과 공교회성 회복, 제도개혁 세 분야에 의제가 제안되었다. 특히 39세 이하와 40-44세, 45-49세, 50세 이상으로 구분해 세대별로 나뉘어 약 1시간의 뜨거운 논의를 통해 총체적으로 의견을 수렴했으며 여기서 나온 개혁의 내용들을 백서로 발간해 입법 과정에 참고키로 했다.

감리교 현안에 대표로 발제한 이주연 목사는 “삼권분립은 고사하고 인사 행정과 감사제도조차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돈과 권력을 본부에 집중시킨 결과 선거·행정·인사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이 목사는 ▲현 감독제를 개선할 것 ▲본부 부담금 폐지 혹은 새로운 제도를 세울 것 ▲행정 전산화를 통해 최소화, 투명화, 공개화 할 것 ▲ 파벌 학연 지연 등의 정실 인사를 중지하고 공개채용으로 전문화 할 것 ▲지방회를 활성화시킬 것 등을 강조했다.

공교회성 회복을 주제로 발제한 박철 목사는 “작금의 감리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공교회성(교회의 교회다움)의 결여”라며 ▲개체교회의 이기주의 ▲물량주의와 교회의 사유화 ▲대형교회와 미자립교회의 양극화 ▲교단의 영성 문제 등을 지적했다.

특히 제도개혁과 관련해 현 감독제는 새로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모든 연령대가 분명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감독회장 임기를 현 4년제에서 2년제로 복귀할 것, 투표제와 제비뽑기를 병행하되 제비뽑기에 더 많은 비중을 둘 것, 감독회장의 인사권을 분할하는 등 권한을 축소하고 상징적인 의미만 부여할 것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이외에도 제도보다는 운영 주체의 문제로 신학교에서 목회자 자질과 성품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커리큘럼 개선, 공교회성을 위해 호봉제 도입, 9월 초까지 장정개정 초안을 구체적으로 만들 것, 본부 부담금 축소, 성직 매매 금지, 대대적인 회개운동 전개 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야기한 당사자들에 대한 문책의 목소리도 거셌다. 40대와 45-49대 목회자들은 공통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처벌에 있지 않고서는 쇄신될 수 없다. 결의문 형태로 문제가 제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50대 이상 목회자들에게서는 “소송 문제를 해결 짓고 책임자들은 모두 사퇴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한편 이들은 법적인 결의기구가 아닌 이번 대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이 최종적인 개혁 입법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지속적인 모임을 만들어 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