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오토바이에 박물장수처럼 여행용품을 가득 싣고 라틴아메리카를 돌아보고 싶어한 두 의학도의 장장 6만 Km 를 달리는 대 로망을 담은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Diario de Motobicicleta)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감수성이 예민하면서 고된 의학공부로 몸이 허약한 에르네스또 체 게바라역엔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맡았다. 여행의 동반자이면서 코수염이 귀여운 알베르또 고르나도 역엔 로드리고 쎄르나가 천진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 감독과 구스따보 싼따올라야(Gustovo Santaolalla) 음악감독은 서정이 뚝뚝 흐르는 라틴 음악을 배경으로 남미 곳곳에 그림같이 아름다운 비경을 손으로 하나하나 그리듯 필름에 담았다.

1952년 1월, 아르헨티나의 23세된 예비의사 체 게바라(Ernesto Che Guevara)와 그의 절친한 친구 알베르또 그라나도(Alberto Granado)는 본격적인 전업 의사가 되기전 남미 대륙을 직접 여행하고 싶어한다.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허약하여 가끔씩 발작성 천식을 앓고 있는 체의 꿈은 한센씨병(lepra) 전문의다. 수천년 이어 온 남미 땅과 그곳의 거민들을 살펴보려는 야심찬 계획은 두 청년의 피를 끓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형 남미 전도를 펼쳐놓고 흡사 군사작전을 펼치듯 전략을 짜고, 대장정에 필요한 여행 도구를 준비하는데, 가방엔 애인에게 환심을 살 강아지까지 담는다. 체가 필수품으로 고이 간직한 것은 가끔씩 도지는 천식을 달랠 물약이다.

지금처럼 라틴아메리카 각국을 연결하는 환 태평양 고속도로가 활짝 열려있었던 때가 아니다. 구절양장처럼 험하고 높은 안데스 고원을 무난히 넘으려면 고성능 SUV 차량으로도 엄두가 나지 않는 길이다. 더군다나 파란 연기 퐁퐁 풍기는 고물 오토바이에 캠핑 도구와 두 청년의 몸을 맡기며 떠나는 장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짜오! 하며 떠난 부에노스아이레스, 지구촌 최후의 처녀림으로 남아있는 파타고니아 대평원과 팜파를 고즈넉히 지나친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안데스 고원을 넘어 칠레에 도착하는 길에선 한여름인데도 함박눈이 길을 가로 막는다. 항구도시 발빠라이소에서 페루 국경을 넘던 길에서 체는 뜻밖의 이별 편지를 받아든다. 여행은 집어치우고 미라마라에서 조용히 평생을 알콩달콩 살자며 애원하던 치치나 페레라에게서부터 온 절교 통보였다.

설상가상으로 고단한 행로에 지칠대로 지친 낡은 오토바이가 흙길을 배회하는 소떼에 부딪혀 완전히 퍼지고 말았다. 운송수단이 산산조각 난 후부터는 천상 발로 걷을 수 밖에, 가끔씩 허름한 짐차를 구걸해 얻어타고 가까스로 국경에 이른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던데, 떠난지 어언 4960 Km 를 달려온 길이다. 칠레와 페루 국경을 이루는 아따까마 사막은 유난히 춥고, 건조하다. 불모지에서 담요를 뒤집어쓴채 마떼차로 온기를 돋궈보려하지만 추위는 폐부를 파고들뿐이다.

추끼까마따 광산에서 막장일이라도 해서 식구들에게 약간의 끼니거리를 구하고 싶어하는 볼리비아 인디오들을 만났다. 조상적부터 물려받은 땅들은 대지주에게 다 몰수당했고, 손바닥만한 땅떼기하나 없이 이리저리 몰려 다니는 부랑민들의 가슴아픈 모습을 본 것이다.

남미의 심장이면서 잉카 제국의 왕도 꾸스꼬, 스페인 정복자들의 총과 칼을 피해 하늘도시 마추픽추로 옮겨가 잉카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던 저들, 그 몰락한 문명과 초라한 옛 자취를 통해서 체는 좌파 게릴라 혁명의 기운을 흠뻑 받는다. 아마존을 향해 흐르는 우루밤바 강을 타고 형성된 싼 빠블로 나환자 촌, 인근 콜롬비아, 브라질, 베네수엘라에서 몰려온 한센씨 병 환자들을 껴안고 치료하며 보내면서 체는 결심한다.

(도시빈민선교, 재활용품, 중고차량 기증: 703-622-259 / 256-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