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 무려 백수(白壽)를 기리는 자리였지만 방지일 목사는 담담했다. 방지일 목사는 이날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생략한 채 “오늘 잠들면 내일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겸양을 보이며 문득 봉화 영수원(영성수련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경북 봉화에 있는 봉화 영수원은 방지일 목사 기념사업회가 2007년 4월에 문을 연 곳으로, 방 목사는 1년에 여섯 차례 이곳에서 말씀을 전한다.

방 목사는 “한경직 목사와 박윤선 목사가 살아있던 당시, 그를 비롯한 지인들과 ‘한국에 기도원은 많은데 수도원이 없다’는 대화를 나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신이 중국에 있던 당시 겪었던 ‘공용 영수원’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국에도 영수원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가 중국에서 본 영수원은 기도원도, 수도원도, 수양관도 아닌 독특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아무나 올 수 있고 머무는 기간에도 제한이 없지만 120명 이상은 받지 않는다.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신앙고백서를 원장에게 보내면 원장이 심사해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원장이 받아들여도 좋겠다고 판단하면 당사자의 신앙고백서를 게시판에 붙인 뒤 예배 중 원생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한다. 그리고 120명 중 결원이 생길 경우 새로운 원생을 받아들인다.

수련 방식도 독특하다. 오전과 오후에 성경 한 장씩을 정해 함께 묵상한다. 그날 읽는 성경의 길이에 따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개개인이 산과 들로 나가 기도하며 묵상한다. 그 뒤에 한 자리에 모여 각자가 받은 은혜를 나누는 것. 방지일 목사는 “그렇게 하면 그 어떤 주석보다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방 목사는 “함께 그 계획을 세웠던 목회자들이 다 세상을 떠나고 유야무야 됐었는데 최근에 영수원을 할 만한 땅을 발견해 개원하게 됐다”며 “기도하는 곳도 아니다 수도하는 곳도 아니다. 그저 성경을 보는 곳”이라고 밝혔다.

방지일 목사는 “그곳에서 성경 보고 기도하고, 성경 보고 기도하고 하려 한다. 요즘에는 녹음기도 있으니 서로 은혜를 나누며 녹음하면 훌륭한 주석이 될 것”이라고 영수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