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준 충격은 쉬 가시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 죽음에 대해 바른 시각을 가지는 것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은 열광하는 이들이나 분노하는 이들이 모두 너무 감정에 치우쳐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그의 심정을 헤아려 보고 있습니다. 죽음을 선택했을 때 그의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렇게 질문하는 중에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죽음으로써 ‘마지막 승부’를 의도했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는 타고 난 승부사였습니다. 절대로 안 될 것 같은 대결에 나서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런 대결에서 보기 좋게 패하기도 했지만, 감동적인 승리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승부를 즐기되 비정하거나 졸렬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은 원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그는 생애 가장 큰 위기 앞에서 죽음으로써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의 선택은 칭찬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주된 원인이 아니었기를 바랍니다.

둘째, 그가 심리적 상태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렸을 수 있다 싶습니다. 정신 분석학자들은 그의 유서에서 전형적인 우울증의 증상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는 최근에 진행된 비리 수사로 인해 자신이 평생 쌓은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고 느끼고 절망했을 것입니다. 세상 모두가 자신에게 등지고 있는 듯이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못 할 일을 시키고 있다는 자책감이 컸음이 분명합니다. 이 같은 심리적 상태에서는 죽음이 유일한 돌파구처럼 보인다는 것이 우울증을 겪는 분들의 증언입니다.

이것이 그의 죽음의 원인이었다면, 안타까이 느낄 일이지,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그 같은 심리 상태에서는 판단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 다. 이 죽음을 놓고 “한 나라의 대통령씩이나 지낸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있는 경우에나 해당하는 말입니다. 그보다는, 그로 하여금 다른 출구가 없다고 느끼도록 만든 상황에 대해 안타까이 여겨야 하고, 그렇게 심하게 앓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이 여겨야 할 것입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동기가 그를 죽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그는 ‘전직 대통령’이기에 앞서 한 인간이었습니다. 한 인간이 얼마나 강할 수 있고 또한 얼마나 약할 수 있는지, 우리는 그의 생애를 통해 깨닫습니다. 그것을 알고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살펴야 하겠습니다. 강하다고 안심하지 말고, 약하다고 절망하지 않는 지혜를 찾아야 하겠습니다. 성서의 증언에 따르면, 절대자 앞에 머물러 있을 때 강하다고 자고하지 않고 약하다고 절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을 깊이 살펴야 하겠습니다. 강해 보이는 겉모습 안에서 혹시나 울고 있지나 않은지 물어야 하겠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슬픔을 당한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위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