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하루종일 뭐하고
싸돌아다니다 밥 먹을 때만
슬슬 기어들어오노!”
“학교 다녀왔는데예”
“아직 졸업 안했나?”
“올해 입학했는데에”
“밥 묵자”

모 방송국의 개그콘서트 프로그램 중 “대화가 필요해”의 한 장면이다. 가정문제에 관심이 많은 우리 부부는 그 시간대만 되면 함께 그 프로를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위 대화에서처럼, 오늘날 가정 내의 대화의 부재는 많은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가정 안에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잘못된 신념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거나, 그래도 안 되면 힘으로, 폭력으로 밀어붙이려 한다.

대화란 무엇인가? 대놓고 화를 내는 것인가?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가 대화좀 하자고 하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가슴이 떨린다고 한다. 평소에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한 부부일수록 그 시간은 서로를 추궁하는 시간이 되다보니 대화하기를 기피하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 가정에서 부부워크샵을 진행하며 있었던 일이다. 30대 후반의 이 부부는 아내가 결혼생활 10년이 넘도록 남편에게 끝까지 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말하려고 하면 “그만해!” “시끄러워!” 하면서 말을 막았던 남편이기에. 그래서인지 그 아내는 얼굴이 예쁘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표정이 없는 조각상과도 같았다. 이 부부가 12주 과정의 훈련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는데, 과제 중에 배우자의 생일에 이벤트를 해주는 숙제가 있었다. 남편은 모처럼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것저것 선물을 생각하며 기뻐할 아내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 아내는 자신의 생일날 남편에게 돈도 들지 않는 선물-자신에게 2시간만 시간을 내달라는-을 꼭 받고 싶다고 부탁했다. 남편은 돈도 들지 않는다는 말에 더욱 솔깃해진 나머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생일날 아내는 저녁상을 물리고 남편과 마주 앉아 다시 한 번 부탁했다.

아내 자신이 하는 말을 듣고 절대 변명하지 말고, “응 그랬구나!, 그랬어!”하면서 고개만 끄덕여달라는 주문을 했다. 남편은 뭐 그게 어렵겠냐고 하면서 문제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 아내는 그때부터 입을 열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끝까지 하지 못했던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아내의 말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남편은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거렸다. 남편이 듣기에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한다고 생각해서 그게 아니라고 변명을 하려다가도 처음에 약속한 것이 있어서 그저 아내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만 끄덕이다 보니 아내의 마음이 이해되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아내의 말을 듣다가 그 마음이 이해가 되고 함께 부둥켜안고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 한다. 그 다음 모임에 와서 그간의 일을 말하는데 아내의 얼굴은 해처럼 밝아졌고, 달처럼 환해졌다.

야고보서(약 3:1-8)는 우리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모습이 결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 입에서 나온 말이 자기 자신을 망쳐버리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일생을 완전히 망쳐버리는 일도 생겨난다. 특별히 부부간에 오고 가는 말들 중에 생명을 파괴하는 말들이 많다. 부부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대화에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부간 대화가 막힌다면 결혼생활의 동맥경화증에 결렸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동안 필자가 사역하면서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깨닫게 하신 대화의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려고 한다.

부부간에 건강한 대화를 위해서는 인간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한다.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지배하려한다든가. 비판자적인 태도를 갖는다든지 우월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부부간에는 건강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서로를 나보다 더 낫게 여기는 마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을 때 진정한 대화는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드라마 내용은 쭉 꿰고 있으면서 지금 자신의 배우자가 어떤 마음의 상태인지 모른다면 부부간의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없다. 자주 만나는 친구는 그만큼 할 얘기가 많다. 하지만 어쩌다 만난 친구는 할 말이 없어 멀뚱멀뚱 스쳐지나가는 만남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늘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필요는 무엇인지, 어떤 욕구가 있는지 의도적으로라도 자신의 감정과 필요와 욕구를 서로 잘 전달하면서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되는 것 아니야?’라는 자기 연민은 버리자. 또 내가 먼저 요청한다고 치사한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지 않았나.

하는 말을 하든 속단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어야 한다.
“사연을 듣기 전에 대답하는 자는 미련하여 욕을 당하느니라(잠 18:13)”고 성경에서도 말하고 있다. 우선 배우자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상처를 받지 않을 준비를 해야 한다. 배우자가 말할 때는 상처받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로 상처받을 말을 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그만큼 아프다거나 속상하다는 표현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편견없이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야 말로 부부간 진정한 만남의 시작일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우리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시지 않는가?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화에 성공하는 길은 잘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잘 듣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말하는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려야 한다. 말하자면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신음까지도 들으시고 응답하시는 주님의 마음으로 배우자를 바라봐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정희 소장(한국가정상담연구소장)
신앙과 가정 제공(www.ff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