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회를 오래 섬기면서 경험하는 기쁨중의 하나는 함께 신앙 생활하는 이들의 삶이 신앙 안에서 성숙해 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를 19년 동안 섬겨오는 제게도 그동안 여러분들의 생활이 신앙 안에서 성숙하고 성장하는 모습 때문에 여러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교회를 섬기는 목사로서의 기쁨이 큽니다. 지난 주일에는 어렸을 적 유아세례를 받은 이들이 이제는 성장하여 자신들의 신앙을 다시한번 다지는 견신례(Confirmation)를 행했는데 교회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이제는 스스로 신앙을 확증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성장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제게 큰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신앙을 통한 성장을 바라보는 기쁨은 비단 어린아이들이 성년으로 자라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교회를 통해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한 이들이나, 교회를 통해 오랫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해온 이들이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교회의 주요한 사역들을 잘 감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같은 기쁨을 경험하게 됩니다. 처음으로 교회에 출석하다가 얼마가 지난 후 세례를 받고, 그리고 집사와 권사, 그리고 장로라는 교회의 거룩한 직분을 맡는 그리스도의 귀한 직분자로 택함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 또한 작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나가 다 그렇게 신앙 안에서 성장하고, 교회의 귀한 지체로 세움을 입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교회의 직분자로 세움을 입는 것은 귀하고, 그렇게 귀해서인지 이를 방해하는 시험과 유혹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직분자를 세우면서 여러 가지 시험에 흔들리는 교회가 많은가 봅니다. 교인을 직분자로 세우는 일이 참으로 소중하기에 그로 인한 기쁨이 크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교회가 아픔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험으로 다가와 커다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까닭은 아마도 직분이라는 것이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잘 섬기기 위한 지체로서 봉사하는 직인데 언제부터인지 마치 교회안의 계급과 같이 여기고, 신앙생활의 명예와 예우의 척도처럼 여기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 때문에 교회의 직분이란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충성되이 여김을 받아 세움을 입는 거룩한 직임에도 불구하고 직분을 마치 저속한 계층의 계급처럼 취급을 받기도 하고, 이러한 직분에 대한 오해 때문에 직분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조가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회마다 이러한 직분자 선택에 따른 잡음과 시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들을 구상하고 실천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한국에 있는 어느 교회는 이런 직분자 선출로 빗어지는 교회의 역기능을 축소시키기 위해 교회 각 직분들을 교회 사역을 위한 ‘은사’로 보는 대신, 신앙생활을 오래하신 연장자 교인들을 부르는 “호칭”으로 제한하고 교인으로서 일정한 연한이 된 이들은 누구나 직분자로 부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직분자를 세우면서 얼마나 쓸모없는 힘을 소진하면 그럴까 싶은 마음에 이해는 하지만, 이 또한 교회 직분에 대한 바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듯 합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지난주일 2부 예배 직후에 교인총회를 갖고 금년도 우리 교회의 집사와 권사, 그리고 장로로 새롭게 천거된 이들에 대해 교회의 인준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직분자로 세움을 입기 위하여 먼저 신령직 심사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규정을 가지고 각 직분별로 해당하는 후보자를 천거하고, 이렇게 천거된 후보자 자신들이 해당 직분에 헌신할 것을 다짐하는 본인의 수락 동의를 해야 하며, 그 후 동의한 후보자들은 일정한 훈련 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과정을 마친 후보자들을 교회가 인준하는 과정으로 교인총회에서 재석교인 2/3의 찬성을 얻어야 됩니다.

금년에는 천거되신 분들 중에서 장로 후보로 4명, 권사 후보로 5명, 그리고 집사 후보로 13명이 본인의 동의와 훈련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 주일에 있었던 교인총회에서 교회의 인준을 받는 투표에 임했는데, 투표 결과 스물세분의 각 직분별 후보자 전원이 평균 99.3%의 찬성표를 받아 모두 교회의 인준을 받았습니다. 우리 교회는 지난 19년 동안 천거 받은 직분자들중 교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해 누락된 이들이 전혀 없었고, 매번마다 세움을 입는 후보들이 금년처럼 모두가 거의 만장일치로 인정받아 왔기 때문에, 이런 직분 인준 과정이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사실 여러 교회들이 직분자 선출로 인해 갖가지 잡음과 상처를 입는 것을 보면 우리 교회의 직분자 선출의 과정은 정말 하나님의 축복이요 은총입니다.

물론 이렇게 후보자들이 모든 교인들의 전폭적인 찬성을 얻는 데는 각 후보자들의 신앙과 생활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교회 교인들은 교회가 세우는 이는 그가 누구이든지 하나님께서 세우는 이라고 믿고 이를 인정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우리 교회에서 여러분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목사로서 큰 자랑과 긍지가 기쁨과 함께 제게 있습니다. 금년에도 그런 마음으로 교회의 일꾼을 인정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