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다녀 오느라 늦게 어제 지난 5월 17일에 있었던 노틀댐대학교 164회 졸업식에서 행한 오바마대통령의 연설을 노틀댐대학교 웹사이트 동영상을 통하여 2번 연속 시청하였습니다. 오바마의 졸업식연설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가 연사로 초대되었을 때에 정통카톨릭계 대학교인 노틀댐대학교 교정에서 오바마가 주장하고 있는 낙태지지와 줄기세포연구찬성으로 인해 그의 초청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복음주의기독교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낙태와 줄기세포연구의 문제를 오바마대통령이 어떻게 변명(?)하고 설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이었습니다.

그의 연설을 동영상이지만 시청하면서 두 번 크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번은 그가 연설을 시작하자 관중석 뒤쪽에서 몇몇 사람이 오바마를 반대하는 소리를 크게 외쳤을 때입니다. 그 때 한 두 졸업생이 일어나더니 거의 모든 졸업생이 일어나 “우리는 노틀댐”, “우리는 노틀댐”(We are ND. We are ND)이라고 큰 소리로 합창을 하여 반대하는 소리를 압도하는 광경입니다.

이는 아마 비록 오바마대통령의 정치신념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에게 변명/설명할 기회를 주자고 하는 졸업생들과 모든 청중들의 자세를 나타내는 것일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민의 위대한 면입니다.

두 번째로 감명을 받은 것은 오바마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면서 그의 초청을 그렇게 반대했던 졸업생들에게 그들이 보여준 ‘성숙함과 책임감’에 스스로 감명을 받았다고 칭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때에 모든 청중들이 일어나 졸업생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자기와 다른 철학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칭찬해 줄줄 아는 오바마대통령, 아니 미국지도자의 자세가 미국민의 또하나의 위대한 면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오바마대통령의 졸업연설에 대한 제목을 설정한다면 ‘등대와 교차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노틀댐대학교 전총장이었던 테어도 헤스버그(Theodore Hesburgh)신부가 노틀댐대학교는 ‘등대’인 동시에 ‘교차로’ (Both a Lighthouse and a Crossroad)라고 재창했던 것을 인용한 내용입니다.

오바마대통령은 “등대란 우뚝 서서 카톨릭전통의 지혜(기독교진리)를 밝히는” 것이고, “교차로란 .... 문화와 종교와 신념의 차이들이 우정과 정중과 환대와 특히 사랑과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대학교를 등대인 동시에 교차로라고 비유/인용한 것은 기독교의 사상, 아니 기독인의 참된 삶이 무엇인지 그 근본을 설명해 주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기독인의 삶은 하나님의 절대진리를 어디에서나 언제나 우뚝 서서 온 세상에 밝혀야 하지만, 동시에 기독인의 삶은 차이/갈등과 사랑이 공존하는 교차로에 놓여 있다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에는 떨쳐 버릴 수 없는 상황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올바른 등대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고 중요한 기독인의 삶이겠지만, 어찌 보면 그 것보다 더 어렵고 피할 수 없고 참된 믿음을 요구하는 기독인의 삶은 교차로의 삶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교차대(십자가)가 죽음을 영생으로 바꾸어 놓는 사랑이라고 한다면, 기독인의 교차로는 갈등을 화합으로 바꾸어 놓는 사랑을 근본으로 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즉 교차로의 삶은 사랑의 삶을 뜻합니다.

그런대 중요하고 어려운 질문은 교차로의 삶인 사랑의 삶이란 그 내용이 무엇입니까? 아니, 다른 말로 사랑의 실천방법은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입니다.

오바마대통령은 낙태문제와 관련해서 2가지의 사랑방법론을 전개했습니다.

첫째 사랑실천방법은 비록 다르고 틀린 것같은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공정한 심정의 말’ (Fair Minded Words)을 통한 대화를 터 놓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는 작년 대통령선거 유세때에 복음주의적인 한 변호사의 충고를 받아 들여 낙태반대를 주장하는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공격적인 표현을 공정한 심정의 문구로 바꾸어 최소한도 낙태문제에 관한 대화의 공동장을 마련했던 것입니다.

사랑은 온유하며 자비라고 바울은 말합니다. 온유와 자비는 바로 공격적이 아닌 공정한 심정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둘째 사랑실천방법은 좀더 높은 목적을 위하여 함께 노력하도록 협력하는 것입니다. 오바마대통령은 낙태문제를 거론하면서 그 해결방안으로 낙태의 찬반으로 싸우지 말고 낙태를 추구하는 여자들의 수를 줄이기 위하여 함께 협력하자고 역설했습니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줄이든지, 입양을 장려하든지, 임신부에 대한 보호를 마련하든지 하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랑은 양선이며 모든 것을 바라는 것이라고 바울이 천명한 사랑의 특성입니다.

어두음의 세력이 점점 확산되어 가는 세상에서 기독교의 참된 진리를 밝히는 ‘등대’의 삶도 기독인이 살아가야 하는 중요한 삶이겠지만, 다름과 다양과 갈등이 편만한 세대에서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예수님의 길인 사랑을 대화의 장을 열며 공동선을 위해 협력하므로서 실천해 나아가는 ‘교차로’의 삶을 살아 가는 것이 현대기독인이면 반드시 실행하며 살아가야 하는 삶일 것입니다.

(백 순, 미국노동성선임경제학자, 글로발소사어티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