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성인의 절반 정도가 살아오면서 적어도 한 번은 종교를 바꾸거나 기독교인의 경우 교파나 교단을 이동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퓨 포럼(Pew Forum)의 미국 종교 현황에 관련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성인 2명 중 1명 꼴에 가까운 44%가 종교적 이동을 한 적이 있었다. 이들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 패턴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우선 44% 중 28%는, 어떤 종교나 종교 단체와도 무관하게 살아가기로 한 쪽이다. 이들 그룹(the unaffiliated)은 현재 미국에서 그 어떤 종교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보고서에서 ‘종교를 바꾼다’는 의미는 가지고 있던 종교를 버리거나 속해 있던 종교 단체를 떠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미국에서 현재 종교나 종교적 소속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16% 정도인데, 이 중 어렸을 때부터 무종교적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7%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인생의 한 때에 종교를 가졌거나 종교 단체와 관련을 맺은 경험이 있으나 스스로 이탈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들이 꼭 종교와 ‘담을 쌓기로’ 선언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들 중 40% 가량은 종교가 삶에서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특히 예전에 기독교인이었던 이들의 3분의 1 가량은 종교를 영영 떠난 것이 아니라 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종교나 종교 단체를 찾기 위해 시간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종교적 환경에서 이탈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언젠가 다시 종교를 삶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16%는 기독교인으로서 한 교파나 교단에서 다른 교파나 교단으로 이동했다. 신앙을 뜻하는 단어 ‘faith’와 쉽게 바꾸고 간다는 의미에서 쓰인 ‘switch’란 단어가 합쳐진 ‘페이스 스윗처(faith switcher)’는 이처럼 교파를 바꾸는 기독교인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말이다.

종교적 테두리 안에서의 이동은 주로 가톨릭과 개신교 간, 개신교 내에서는 교단 간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특히 개신교인으로 자라 온 미국인 중 15%는 현재 속한 교단이 어렸을 때 속했던 교단과 다르다고 답했다.

한편 이같은 종교적 이동의 이유로는 과거 속해 있던 종교나 종교 단체·교파·교단에 대한 실망이나 불만족이 지배적이었다.

평생 또는 인생의 한 동안을 종교나 종교 단체와 무관하게 살기로 결심한 이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가졌던 종교 자체 또는 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실망했으며, 그 종교의 가르침에 회의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중 많은 수는 종교 지도자들이 진리나 영성보다는 물질과 권력에 집착하는 인상을 받았으며, 교인들 또한 위선적이며 종교적 잣대로 쉽게 타인을 판단하는 것처럼 느끼기도 했고, 종교 단체가 너무 많은 것들을 제한하거나 강요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독교인이면서 교파나 교단 이동을 결정한 이들은 좀더 자신이 ‘좋아할 만한’ 선택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가톨릭에서 개신교로 옮겨 온 이들의 71% 가량은 영적인 필요를 더 공급받기 위해, 70%는 개신교가 더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해서, 43%는 교리에 동의하지 못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교단을 바꾼 개신교인들 중 58%는 지금의 교단을 선호하게 되어서, 51%는 영적인 필요의 증가 때문에, 39%는 예배 분위기에 만족하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그 교단 소속 교인들의 영향을 받거나(36%) 개인적 사정에 의해서(30%)도 주요 이유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교파나 교단에 대한 실망을 이들 이유들과 동시에 꼽은 이들도 40~50% 가량이었다.

퓨 포럼의 이번 보고서는 작년에 실시된 미국 종교 지형 조사(U.S. Religious Landscape Survey)에 응했던 미국인들 중 2천8백 명을 뽑아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