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안찰기도를 받던 중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호송된 후 숨진 10대 한인 김라영 양(당시 18세•한국일보 8월7일자 보도)의 사인을 경찰이 타살로 규정, 본격 수사에 나섬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 관계자는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검시국이 최근 김 양의 사망 원인을 질식에 의한 ‘살인(homicide)’로 판정했다”며 “수사 방향을 여기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 양의 몸에 남아 있던 멍 자국 등 조사 결과 발견된 흔적이나 용의자와 관련 “지금은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센터빌에 거주하던 김 양은 2008년 7월26일 몇 명의 지인들로부터 안찰기도를 받고 있던 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의식을 잃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나흘만인 30일 숨을 거뒀다. 신고를 받고 이날 저녁 6시 출동한 경찰과 긴급 구조대는 김 양에게 인공호흡을 실시했으나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당시 정황에 대해 일체 함구해 사망 원인에 대해 궁금증을 낳았다.

당시 경찰은 김 양의 사망을 ‘의심스런 죽음(Supicious Death)’으로 보고 수사 중이며 제보를 접수한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이 김양의 죽음을 자연사가 아닌 ‘살인’으로 단정한 것은 이번 사건을 사고가 아닌 ‘범죄’로 취급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즉 경찰 수사가 김 양을 사망케 이르게 한 책임자, 혹은 용의자를 색출하는 방향으로 틀어졌기 때문이다.

또 당시 모임이 치유를 위한 기도회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간혹 한국 기도원에서 일어났던 불미스런 사건이 워싱턴에서도 벌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특히 모임에 참여했던 사람은 김 양 외에 서너 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수사에 따라 책임자가 다수로 결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더욱 심각하다는 게 중론이다.

안찰(按擦)기도는 목사나 장로 등이 기도 받는 사람의 몸을 어루만지거나 두드리면서 하는 기도를 말한다.

김라영 양 사망 ‘타살’ 결론 파장
죽음 부른‘안찰 기도’찬반 논란 불가피할듯


한인들의 뇌리에서 잠시 잊혀졌던 김라영 양 사망 사건이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의 ‘타살’ 발표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따라 김 양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있는 ‘안찰 기도’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거워졌다. 사전적으로는 ‘환자의 몸을 비비거나 두드리며 하는 기도’를 말하지만 한국에서도 엉뚱한 피해자들이 가끔 나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

정인량 목사(전 워싱턴한인교회협 회장)은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도 의학 전문가가 아닌 목사나 성도가 그런 방법으로 치유를 시도한다는 건 절대 안될 일”이라고 못 박았다. 또 정 목사는 “정신과 질환 등을 다룰 수 있는 라이센스가 있는 목회자가 아니라면 당연히 병원이나 전문가에게 의뢰해 상담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이 교회 내에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에 여유가 있는 대형 교회라면 전문가를 고용해 성도들을 상담해 주고 또 의료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신적 혹은 영적인 문제를 목사가 다 책임져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는 주장.

정 목사는 “안찰기도를 받던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은 미국 내 타 지역에서 이미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런 일이 아니길 바란다”며 “억울하게 죽은 사람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형사처벌도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한인들은 방법이 옳지 못했고 또 이로 인한 김 양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의도적인 살해가 아닌 이상 사건도 너무 확대되지 말았으면 하는 심경을 표하고 있다.

<워싱턴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