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 반군이 평화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스왓밸리에서의 사법권 행사”에 동의함에 따라, 이 지역은 물론 나라 전역으로의 이슬람 극단주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정부군과 반군 간 휴전을 조건으로 반군측 요구에 따라 이슬람법인 샤리아를 스왓밸리에 적용한다는 협상안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파키스탄 의회는 대다수가 찬성한 가운데 이 안을 통과시켰다.

파키스탄 북서부에 위치,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스왓밸리 지역은 한때 파키스탄의 불교 유적지로 유명했지만, 2년여 전 탈레반 반군의 무장점거 이후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근거지가 되면서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교전이 끊이지 않아 왔다.

파키스탄 정부의 이번 결정은 스왓밸리 지역 안전화를 위한 회유책으로 분석되지만, 샤리아 도입으로 스왓밸리 지역이 더 큰 인권 탄압의 위협에 처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순교자의소리(VOM)의 토드 테틀턴은 “스왓밸리는 이미 파키스탄 내에서 가장 극단적이고 강경한 이슬람 지역이며, 따라서 비무슬림 주민들에게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며 “이곳의 수많은 비무슬림 주민들이 단순히 이슬람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납치되고, 학대당하고, 고통받고 있다. 여기에 샤리아의 적용은 더 큰 희생을 의미한다. 비무슬림들은 이곳을 떠나거나 숨어 살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번 협상 결과에 유감을 표하고, 이는 탈레반 반군측에 하나의 승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이들에게 세력 확장의 발판을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탈레반 반군 지도자인 수피 모하메드는 정부측의 최종 동의가 있은 직후, 수천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이번 협상을 계기로 파키스탄 전역에 “완전한 이슬람 체제”를 세워나가자는 연설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 뉴스 채널을 통해 파키스탄 전역으로 생방송된 이 연설에서 그는 “코란에 따르면 알라신에 불충한 모든 체제는 대죄에 해당한다”며 “스왓밸리에서는 앞으로 모든 반이슬람적인 법과 관습이 철폐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우리는 스왓밸리뿐 아니라 북서부 지역과 파키스탄 전체에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이외에도 최근 테러 지시 혐의로 2년간 가택구금됐던 이슬람 고위 성직자인 마울라나 압둘 아지즈가 17일 수도인 이슬라마바드 모스크로 복직하면서 샤리아를 파키스탄에 도입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무슬림들이 궐기하자는 내용의 연설을 전하는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VOM 토드 테틀턴은 “스왓밸리의 주민들이 새롭게 다가온 위기 가운데 안전할 수 있도록, 이곳의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신앙을 지키고 복음전파의 사역을 용기 있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기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