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수가 와서 문을 열고 식사 시간이라면서 나오라고 했다. 죄수들은 전부 스물두세 명은 되는 것 같았다.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 있고 외부에서 다른 죄수들이 식사를 준비해 가지고 와서 배식을 해 주었다. 분위기는 식당에서보다는 훨씬 자유스러워 보였다. 시간도 여유롭고 자유스럽게 대화도 나누었다. 모두가 오랫동안 같이 지낸 친구 사이처럼 보였다. 식사는 때마다 메뉴를 바꿔 가며 정말 잘 나왔다. 간수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후엔 한동안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면 샤워를 하기도 하고, TV를 보기도 하고, 둘러앉아 도미노 게임을 하기도 했다. 샤워장은 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한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짧은 영어로 대충 설명을 해주고는 당신은 왜 여기 들어왔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에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을 셋이나 죽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온 지도 오 년이 넘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케이스로 오래됐다면서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온몸이 섬뜩해졌다. 아, 이럴 수가...... 그럼 여기가 살인자의 소굴이란 말인가? 내가 이런 곳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옆에서 갑자기 고함소리가 났다. TV를 보고 있던 한 흑인이 빨리 와 보라고 손짓을 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우르르 몰려갔더니 TV에 그가 체포되는 장면이 뉴스로 보도되고 있었다. 그들은 이 광경을 보며 손뼉을 치면서 낄낄대고 웃어댔다. 모두들 소리를 지르면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난리법석을 떠는 것이었다. 수치심이나 죄의식이라고는 도무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일반인들의 의식과는 너무나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다섯 명이 둘러앉아 도미노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한 게임이 끝나면 숫자를 세어서 적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나이롱 뻥과 비슷한 게임인 것 같았다. 한참 게임을 하다가 한 친구가 나에게 손짓하며 오라고 했다. 무슨 일인가 하여 갔더니 숫자를 적어야 하는데 열다섯까지만 적어 놓고 그 이상은 쑬 줄 모른다면서 좀 적어 달라는 것이 아닌가. 이런 한심한 일이......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문맹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우리가 무서워하는 흑인들보다는 남미 계통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이다.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는 소수 민족 가운데 스페니쉬의 증가율이 급속도로 높아 가고 있음은 미국의 장래에 큰 짐으로 다가올 것만 같았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금 내 형편과 처지를 아뢰며 하루 빨리 구해 줄 것을 간절히 기도했다. 비록 살인범들의 소굴이지만 그날 밤 하나님께서는 내게 평안함을 주시고 단잠을 자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