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제정은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이며, ‘진정한’ 통일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인권단체연합회(대표회장 김상철 장로, 이하 북인련)가 주최한 ‘북한인권법 제정의 당위성과 의의’ 제4차 북한인권포럼이 16일 오전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2에서 개최됐다. 북인련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고자 인권포럼을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구본태 교수(북한사회연구소장)는 “지난 10년간 남북 당국간 많은 대화와 교류·협력이 있었지만 통일로 가는 과정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며 “더구나 일방적인 지원만으로는 통일이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성토했다. 과거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동독에 지원해 통일이 이뤄졌지만, 동서독 국민들의 민주적인 참여가 없었다는 이유로 독일 통일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구 교수는 “지금까지는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들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북한 사회는 ‘수령님’보다 ‘돈’이 더 중요한 삶의 수단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정권 따로 주민 따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법을 통해 정권이 아닌 주민들을 지원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통일 노력도 당국간 대화를 진행하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부자 피로현상(Donor’s fatigue)’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 교수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지난 ‘고난의 행군’ 시절부터 13년 동안 계속 대북지원을 실시해 왔으나, 이제 더 이상 북한의 식량지원 요청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다. 현재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약 200만톤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효율적 지원을 위한 현장 방문을 기피하고 있어 ‘투명성’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지원 명분을 스스로 없애고 있다. 또 전세계 10억명의 빈곤계층을 외면하고 북한에 대한 지원만을 앞세울 수는 없다는 이유도 있다.

이에 대해 구 교수는 “인도적 대북지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 지역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남한 사회가 ‘공동의 행동기준’(minimum standards)을 개발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활동을 위한 우리 식의 ‘공동 규범’(humanitarian charter)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인권법 제정은 이러한 시도의 새로운 장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김성호 목사(북인련 공동대표)는 “윤상현 의원(한나라당)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에서 ‘북한 주민’이라는 두루뭉실한 표현보다는 ‘탈북자’나 ‘제3국 탈북자’, ‘납북자’ 등 북한 정권에 의해 불의하게 피해를 받은 모든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사말을 전한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는 “내용을 최소한으로 해서라도 북한인권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며 “이번 포럼에서 많은 전략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