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저는 몇몇 교수님들로부터 VIEW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자신의 전공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개발할 수 있도록 초청장을 보내달라고 부탁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분들의 요청을 들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VIEW는 재작년에 캐나다 정부에 대학(college) 등록을 하긴 했지만 정식으로 학문적인 학위를 주는 종합대학이 아니라 특수한 훈련을 하는 일종의 비영리 법인체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캐나다 기독교 종합대학인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Trinity Western University)의 ACTS 신대원에서 대학원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공식적으로 TWU의 학위이지 VIEW의 학위는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VIEW에서 초청장을 보내드린다고 해도 그것 가지고는 캐나다 대사관에서 객원교수 비자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VIEW가 함께 일하고 있는 ACTS 신대원의 이름으로 일반 학문을 하시는 분들에게 초청장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그리고 TWU에 부탁할 형편도 아니었습니다. TWU 역시 훌륭한 기독교대학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기독교 대학들이 그렇듯이 학교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전공이 제한되어 있어서 교수님들의 전공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 인천 어느 대학 경영학과에 근무하시는 김 교수님은 TWU 경영대학에서 1년간 안식년을 보내신 적이 있기는 하지만 다행히 그 분은 전공이 일치했고, 또한 그곳에 한국인 교수님이 한 분 계시기 때문에 어렵사리 다리를 놔드렸을 뿐입니다.

그런데 작년 1월, 한동대 강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계명대 경영학과 이 교수님이 또 VIEW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싶으시다면서 초청장을 요청하셨습니다. 저는 여태까지의 예를 들면서 공식적인 대학 초청은 쉽지 않으며, 제가 보내드리는 VIEW 초청장으로는 캐나다 대사관에서 객원교수 비자를 받을 수 없을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이 교수님은 어차피 6개월만 머물 것이기 때문에 비자를 받으면 좋고, 못 받으면 방문으로라도 6개월 머물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VIEW 편지지로 초청장을 작성하여 보내드렸습니다.

이 교수님은 초청장과 다른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정식으로 캐나다 대사관에 객원교수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아, 그런데 놀랍게도 캐나다 대사관에서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덜컥 객원교수 비자를 내주었습니다. 어떻게 VIEW 초청장으로 객원교수 비자를 받으셨는지 저도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초청장 귀퉁이에 인쇄된, VIEW가 TWU와 연계되어 있다는(affiliated) 편지지의 표현 때문이었습니다. 이 교수님은 작년 8월부터 6개월간 가족들과 더불어 VIEW에서 안식년을 알차게 보내시고 엊그제 무사히 귀국하셨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보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권위와 파워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권위와 파워가 아니라 실제로 VIEW가 TWU와 연계하여 대학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그로 인해 VIEW가 TWU와 “affiliated” 되어있다는 말 한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몰랐던 것입니다. 그 동안 안 될 거라도 저 혼자 지레짐작해서 부탁하는 분들에게 아예 초청장조차 보내드리지 않은 것이 너무 한심하고 죄송했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자녀의 권세도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사실 우리는 기도할 때 우주의 창조자 되시는 하나님, 온 세상을 운행하고 계시고, 인간의 모든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그런 하나님의 자녀가 갖는 권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권세가 없는 게 아니라 있지만 우리가 믿음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냥 하나님께 “affiliated” 되어있는 것도 대단할 텐데 하물며 그 분의 자녀가 갖는 권세는 얼마나 굉장할까요? 성경은 명백히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1:12)라고 했습니다.

김세윤 교수님은 <구원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구원이란 무한하게 큰 수원지와 같은 하나님의 자원에 수도관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자원은 무한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수도관이 수원지에 연결되어 있더라도 우리가 마지막 수도꼭지를 열지 않으면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원은 아무리 우리가 갖다 쓰더라도 다함이 없지만 그 자원을 얼마나 갖다 쓸 수 있는가는 순전히 우리의 믿음에 달린 것입니다. 말로는 예수님을 영접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동안 얼마나 저의 자원만 의지하고 살았는지... 한 장의 초청장이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저의 신분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양승훈 교수(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원장, www.view.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