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은 흑인 노예 해방에 앞장섰던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탄생한 지 2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의 취임으로 링컨 탄생 200주년은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취임식때 링컨이 1861년 취임식 때 사용한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한 바 있다.

오바마가 비록 당은 달리 하고 있지만 링컨과 같이 일리노이주에 그 정치 뿌리를 두고 있음도 우연이라기에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오바마 뿐아니라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 중에 링컨 대통령을 그들의 정치적 스승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의 직전 대통령도 오바마 못지않게 링컨을 존경하며 그의 행로를 멘토로 삼는다고 공언하였다. 과연 그의 5년 동안의 통치 속에 얼마만큼의 링컨의 자취가 남겨져 있을지 후대 사가들의 기록을 눈여겨 볼 일이다. 퇴임 하루 전 부시가 은근히 링컨을 자신과 비유하자 언론들의 포화를 맞은 적이 있는데 혹시 그 짝이 나는 것은 아닌지!

보스톤에서 링컨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동길 교수는 그의 강연의 대부분에 링컨대통령 소개하고 전달하는 링컨 전도사이다. 평생 자신을 붙들어 맨 것은 바로 링컨 대통령이라 할 정도이다. 그의 링컨 전기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읽는 베스트 셀러중에 하나인데, 그의 책을 일독하면 링컨이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못생겼으나 유모어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마도 후대에 그와 필적할만한 사람으로는 레이건 정도일 것이다.

1996년에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여 클린턴에게 패했던 밥 돌 전 상원의원이 쓴 ´위대한 대통령 우스개´(Great Presidential Wit)라는 책이 있다. 역대 대통령의 유모어를 소개한 책인데, 이 책에서 돌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을 유모어 감각에 따라 순위를 붙였다. 1등은 링컨, 2위는 레이건, 3위는 플랭크린 루스벨트, 4위는 시어도어 루스벨트라 하였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인 링컨은 사실 그렇게 호감이 가는 얼굴은 아니다. 의회에서 어느 야당 의원이 링컨에게 악의적인 비난을 퍼부었는데 링컨이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링컨이 맞받아 말하기를 “만일 나에게 두 얼굴이 있다면 이런 중요한 자리에 하필 왜 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해 폭소의 도가니가 되었다.

그의 인품을 엿 볼 수 있는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한다. 어느 날 아침 링컨의 비서가 무심히 복도를 지나다 한 모퉁이에서 구두를 닦는 링컨 대통령을 보고“ 각하, 대통령의 신분으로 그런 모습을 사람들이 본다면 좋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링컨 대통령은 빙그레 웃으며, “아, 신을 닦은 것이 부끄러운 일인가? 대통령이나 구두닦이나 다 같이 세상일을 하는 사람인데 세상에는 천한 직업이라고는 없네, 다만 천한 사람만이 있을 뿐이지.” 라 했다 한다. 링컨이 추진했던 ‘통합의 정치’를 본받아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 등 정적을 포용하는 것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도 이런 멋진 정치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이란 책을 권한다. 링컨이 암살됐던 역사적 현장인 워싱턴의 포드극장을 찾은 오바마대통령 내외를 보면서 링컨의 대부분을 닮아 주되 그의 비극적 종말은 근처에라도 가지 말기를 기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