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파산위기에 몰려 있는 자동차 업체 가운데 GM과 크라이슬러에 174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경영진과 노조를 비롯한 이해관계자가 양보해서 자동차 산업을 정상화 하는 조건으로 제공되는 이 지원은 2009년 3월 말에 가서도 회생여부가 불투명하면 이를 회수한다는 조건입니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위기는 절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데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이유로 나온 세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첫째 1999년 GM은 이데이 노부유끼 당시 소니 회장을 사외 이사로 임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데이 회장은 3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임했습니다. “이사회 참석차 디트로이트에 갔는데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삭막한 곳이더군요. 반경100마일 이내에 전자관련 회사의 본부는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도요타 본사가 있는 나고야 주변엔 1000개도 넘습니다. 전자산업 도움 없이 자동차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저는 GM이 전자기술을 조속히 도입해 경쟁력을 키우고, 연료 절약형 자동차를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동조하는 경영진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저는 사표를 내고 방을 나왔습니다.

둘째 미 정부는 1979년 제2차 석유위기 이후 연료절감형 자동차 개발을 위한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GM을 비롯한 미 자동차업계는 미 의회에 치열한 로비를 벌여 법안 통과를 저지했습니다. 같은 시기 일본 자동차 업계는 일본 정부의 에너지 절약정책을 받아들여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1997년 도요타는 드디어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개발해 시판에 들어갔고 현재 40개국이 넘는 시장에서 연료절약형 자동차 시장을 독점했습니다.

셋째 익명을 원하는 미국 자동차 전문가의 말입니다. “미 자동차 회사의 최고 경영자들은 노조를 비판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과신하고 미래를 꿰뚫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 사항을 들어 준겁니다. 만일 경영자들이 욱일승천하는 독일, 일본, 한국의 기술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했다면 그렇게 방만하게 경영했겠습니까? 1960년대 미 자동차 업계의 전설적인 경영자였던 조지롬니 회장은 중소형 자동차를 만드는 아메리칸 모터스가 3대 자동차회사의 틈바구니에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노조 책임자들과 사흘 밤낮 협상해 이들을 감동시켜 낮은 고정급과 높은 보너스로 구성된 ‘진보적 협약’이란 노사 협약을 끌어냈습니다. 그 결과 아메리칸 모터스는 시장 점유율을 6배 성장 시킬 수 있었습니다. 지금 롬니회장 같은 지도자가 단 한 명만 있어도 미 자동차 산업은 살아날 겁니다.”

위에 소개한 세 가지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미 자동차 업계를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게 만든 것은 구태의연하고 경직된 사고방식을 고치려 하지 않았던 최고 경영진이었으며 그들의 요구를 받아주었던 정치 지도자들이었습니다. 이미 닫혀져 있는 사고방식으로 만든 자동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의 고장으로 도로위에 서버리는 교통 장애물이 되어 다른 자동차의 운행까지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닫혀져 있는 사고방식이 결국에는 미 자동차업계의 진로를 막아버렸습니다.

미 자동차 산업 부활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단 한가지입니다. 미래를 꿰뚫어보는 비전과 위기를 극복할 경륜을 가진 경영자입니다. 과감한 개혁을 통해 기술 경쟁력, 제조 경쟁력, 시장 경쟁력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창조적이며 도전적인 사고와 열린 마음으로 경영 능력이 먼저 열려야 합니다. 환경적인 여건이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닙니다. 열악한 환경도 극복할 수 있는 내적 능력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미래가 열려 있느냐 닫혀 있느냐는 환경적인데 있지 않고 우리 자신의 내적 능력에 있습니다. 마음이 열린 사람은 미래가 열린 사람이요, 마음이 닫힌 사람은 미래가 닫힌 사람입니다. 궁극적으로 길은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길이 닫힌 길입니까? 열린 길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