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에 여기저기서 걱정 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최근엔 경기침체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어려움 극복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말들도 참 많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본지는 ‘작은교회’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당장 내야 할 성전세를 놓고 하나님께 부르짖는 절박함, 교인 한 명을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헌신, 그리고 부흥을 향한 열망과 희망. ‘작은교회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로 그들의 현실과 잠재적 영성, 미래를 담아봤다.

▲교회 개척의 준비 단계라 할 수 있는 부목사 기간. 그들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할까. ⓒ김진영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중형교회에서 부목사로 있는 A목사(41)는 요즘 머릿 속이 복잡하다. 이 교회에서 부목사로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담임목사로 청빙되긴 어렵고, 막상 개척을 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목회 비전을 놓고 기도한 지도 1년. 그러나 딱히 길이 보이지 않는 A목사는 최근 지인의 소개로 한 중소기업에 이력서를 넣었다.

대부분의 부목사들은 40대 초중반이 되면 A목사와 같은 고민을 한다. 부목사들 중 선임으로 어느 정도 나이가 찼고, 부목사 기간이 얼마라고 정해져 있지 않은 한국교회에서 분위기상 이 정도 나이 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담임목회에 대한 욕심도 부목사의 지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고민의 한 부분이다.

부목사의 진로는 여러 경우의 수가 있지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담임목사로 청빙이 되거나 교회 분립 형태의 지교회 개척, 마지막으로 순수한 교회 개척이다. A목사처럼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신학 공부를 마치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목사들은 보통 이 세 가지를 놓고 고민한다.

담임목사 청빙은 쉽지 않다. 교회 자리가 나야 하고, 자리가 나도 엄선(嚴選)의 과정을 거친다. 지교회 개척은 모교회가 대형교회일 때라야 가능한 얘기다. 결론적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순수한 교회 개척이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다. 부목사들 사이에서 “5억 있으면 성공, 그렇지 않으면 실패”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개척의 어려움을 빗댄 것이다. 자연히 눈치가 보인다. 떠날 때는 됐는데 진로는 정해지지 않았으니 갈팡질팡한다.

경기도 광명에 교회를 개척한 한 목사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개척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부교역자로 있으면서 목회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 한다”며 “그러나 나이가 차 어쩔 수 없이 교회를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개척이나 하자’는 심정이라면 제대로된 교회 개척이 될 리 없다”고 했다.

담임목사와 성도들 이어주는 ‘중간자’
행정에 사찰 역할도… 모델 정립 필요


그럼 교회 개척의 준비 단계라 할 수 있는 부목사 기간에 목사들은 무슨 일을 할까. 일반적으로 부목사는 담임목사의 조력자로, 교회 성장과 성도 관리에 필수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대형교회에서는 그 기능에 따라 행정목사, 교육목사, 선교목사, 심방목사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며 목회가 전문화 다원화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형교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목사들은 전문화된 일 외에도 교회의 다양한 업무를 처리한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중간자’ 역할이다. 담임 목사에겐 성도들의 고충을 대변하고 성도들에겐 담임 목사의 의중을 전달한다. 한 부목사는 “성도들의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알아서 담임목사에게 보고하는 부목사는 그야말로 한 가정의 어머니와 같다”고 표현했다. 때로는 행정업무를 도맡기도 하고, 재정적 여건이 충분치 못한 교회에선 사찰집사의 역할도 한다.

이처럼 부목사는 그 위치와 역할에 있어서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다. 신학을 공부하고 교단의 정식 과정을 거친 목사지만 자신의 목회철학으로 목회를 하는 담임목사와 구별되고, 그렇다고 일반 성도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부목사가 교회 측의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사회법의 판결을 요구한 문제도 한국교회 내 부목사의 위치정립이 필요함을 드러낸 사건이다.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한 교회 부목사는 “스스로 부목사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솔직히 정기적으로 설교해볼 수 없다는 점이 좀 아쉽다. 부목사의 역할이라는 것이 교회마다 제각각인데,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부목사 역할에 대한 하나의 모델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부목사, 담임목사 돕고 섬기는 고유명사”
“위치 지키고 보이는 일에만 집착 말아야”


그렇다면 기존 담임목사들은 부목사들을 어떻게 보며, 무엇을 요구할까.

현재 무궁교회 원로인 장달윤 목사는 그의 책 ‘초임 목회자와 부목사의 성공비법’(묵정)에서 “나는 부목사 생활 2년 반 동안 담임목사가 시킨 일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아니요 한 적이 없고,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며 “부목사는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비서역할이기 때문에 그 역할을 벗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 목사는 부목사가 담임목사를 절대적으로 따를 것을 요구한다. 그는 “부목사는 담임목사를 권위주의 시대 아버지 대하듯 해야 한다”면서 ‘군대식’이라는 표현으로 부목사와 담임목사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부목사란 이름 자체가 담임목사를 돕고 섬기는 고유명사라는 것.

서울 봉천동 에덴교회 곽성덕 목사는 왕성교회(길자연 목사) 부목사로 있다 3년 전 현 교회 담임목사로 자리를 옮겼다. 곽 목사는 “담임목사가 되고 나니 목회철학을 함께 공유할 수 있고 주인의식을 가진 부목사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다”고 했다.

그는 “부목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어진 위치를 충실하게 지키는 일이고, 목회협력자로서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라며 “늘 노력하고 연구하는 것이 습관이 돼야 하며, 다양한 목회경험을 쌓아 창조적인 생각으로 자신감 있게 사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부목사 시절 설교를 한 후 성도들의 반응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부목사들은 보여지는 일에 집착하기 쉽다”며 “담임목사가 되고 나니 이런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부목사들이 자신의 사역을 넘어 전체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