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거나 신년이 되면 가까운 일가 친척들과의 모임이 자주 있습니다. 이번 주는 고국의 고유 명절인 설날이 있는 주간입니다. 이민 생활을 하면서 고국을 방문하고 친지들을 찾아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일가 친지들이 모두 이민을 오신 분들은 이런 날 함께 모여 가족 사랑과 관계를 더욱 든든히 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족들이 모여 함께 즐거움을 나누어야 하는 자리가 때로는 가슴에 잔득 부담과 멍만 들어 돌아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분 좋게 가서는 화가 잔득 나서 돌아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음부터는 안 간다’ ‘당신 집안은 모이기만 하면 싸운다 그러니 가지말자’ 는 말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이유를 보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주로 보면 대화 중에 오는 오해들입니다. 신앙 때문에 일어나는 다툼이나 삶의 형편들이 각기 다르다 보니 오는 비교심리로 위축되어 화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편치 않은 심기를 건드려 화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는 왜 그 모양으로 사느냐?’ ‘왜 아직 결혼을 못하느냐?’ ‘취직은 어떻게 할거냐?’는 등등의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대화들을 들여다 보면 꼭 화가 나야 할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어느 심리학자의 분석에 의하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뇌 구조에서 나타나는 반응이 가족들과 타인들과 사용하는 부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즉 가족들을 대할 때는 자신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뇌의 부위가 활성화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자신’과 ‘반성’에 관련된 생각이 활발해 진다고 합니다. 그 예가 남이 어떤 일로 이혼을 했다는 말을 들으면 쉽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 들이지만 자신의 누이나 가족 중 한 사람이 이혼을 했다고 하면 ‘뭐 그런 사람이 있냐’ ‘그걸 가만 두느냐’등 자신이 당한 일인 마냥 흥분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은 자신이 인식을 하든, 못 하든 가족을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대가 자신에 대하여 부정적인 말이나 가슴 아픈 말을 하게 될 때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족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하느냐?’고 더 분노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자신에 대한 몰이해로 받아드리는 것입니다.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안기도 합니다. 비교의식도 남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아마 한국 속담에 ‘사돈이 밭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문제가 앞으로 가족들과 만날 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이해 되어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말을 듣든지 ‘형제나 가족이 저런 말을 하는 것은 자기 일처럼 생각하기 때문이구나’라고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내 문제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기에 저런 말을 하는 구나’라고 말입니다. 때로는 문제 인식은 자신의 일 같이 하지만, 삶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 꺼리가 되어 화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가족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해’가 아니라 ‘가족이니까 할 수 있는 거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성경에도 믿는 성도, 지체된 분들을 향해 ‘서로 돌아보되 자신의 일처럼 돌아 보라’고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자신의 일처럼 돌아보는 일은 아주 귀한 것입니다. 그것이 자칫 다툼이나 분쟁의 화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돌아보는 것도 지혜가 필요합니다. 숨기고 싶어하는 일이나 들추길 원치 않는 일들을 쉽게 남 이야기 하듯 하는 태도는 조심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일조차 ‘내 일이다 생각하니 하는 말이지’라고 넘어간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만 이런 상황은 꼭 ‘자기 자신을 자해하는 사람과 같다’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올 명절과 친지들과의 모임이 다툼과 분쟁의 장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항상 가족들은 자신을 보듯 나를 보기에 쉽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합시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공격이나 비아냥으로 생각해서 상처 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 자신 스스로에게는 서로 존중해주되 가족의 아픔을 건드리거나, 너무 자기 생각만 고집해 ‘자해’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셔서 사랑으로 서로 돌아보는 멋진 만남의 시간들을 가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