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0년 종교적 박해를 피해 영국의 플리머스 항을 떠나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지금의 보스톤 플리머스에 도착한 102명의 청교도들. 이들의 정신을 만나기 위해 12일 나선 102명의 뉴욕 목회자들과 기자단을 실은 2대의 그레이하운드 버스는 북쪽으로 4시간 30분여 달려 National Monument to the Forefathers에 오전 11시 15분여 도착했다. 기념탑을 중심한 원형으로 된 공원에 덮인 새하얀 눈이 102명의 방문객을 맞은 첫 풍경이었다.


플리머스 앨러톤 스트릿(Allerton Street)에 위치한 기념탑은 높이 81피트(25m)로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으며 1820년 처음 기획돼 1888년 10월 완성, 1889년 9월 1일 봉헌됐다고 한다.

메인 받침대에는 'Faith'를 새겨 넣고 아래 네 개의 지지대에는 청교도들이 이룬 공동체의 원리인 'Freedom'.'Morality','Law','Education'을 새겨 넣은 National Monument to the Forefathers. "이 기념탑은 정치와 종교의 자유를 위한 수고와 희생, 고생을 기억하는 위대한 사람들에 의해 세워졌다"고 적혀있다. ("National Monument to the Forefathers erected by a grateful people in rememberance of their labors, sacrifices and suffering for the cause of civil and religious liberty.")

또한 오른쪽, 왼쪽 면에는 1620년 9월 16일 영국의 항구도시 플리머스를 출발한지 3개월여 만인 12월 26일 대서양을 건너 플리머스에 상륙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도착지에 플리머스라는 이름을 지은 청교도 102인의 이름도 새겨져있다.

102명의 일행은 그들의 정신을 기리며 또한 교회의 회복을 바라며 기도했다. 청교도 102명의 간절한 소망과 염원이 388여년이 지난 지금 뉴욕에서 온 102명에게 옮겨 붙어 교회 개혁의 불씨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플리머스에서의 여정은 시작됐다.

일행은 30분여 기도회를 갖고 나서 청교도들이 첫 발을 내딛었다는 플리머스 락(Plymouth rock)으로 이동했다. 짙푸른 바다와 흰 눈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해안을 따라 플리머스 락이 보관된 그리스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1741년 플리머스 항구에 부두를 조성할 때 95세의 한 노인이 항구로 달려 나와 청교도 조상들이 처음으로 밟고 상륙한 뜻 깊은 바위라고 주장해 이 바위를 보존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교도인들이 처음 이 돌을 밟았는지 그 사실여부는 불확실하다. 이후 이 돌에 '1620'이라는 년도를 새겨 넣은 것은 1880년이라고.

플리머스 락이 모래 바닥 위에 놓여 있다고 한 어떤 이의 글을 읽었는데 일행이 찾아갔을 때 플리머스 락이 보관된 공간에는 바닷물이 들어와 있었다. 플리머스 락을 덮은 속이 환히 보이는 맑고 시린 물이 햇빛에 닿아 반짝거리는 모습이 사뭇 신성한 마음까지 갖게 했다.


청명한 겨울, 플리머스 항을 낀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플리머스 락에서 기도회를 마친 일행은 자리를 옮겨 필그림교회(담임 게리 막스 목사, Gary L. Marks )로 이동했다.

게리 막스 목사는 "여러분들은 지금 역사를 새로 시작한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라는 말로 교회 소개를 시작하며 자신은 이 교회의 30번째 목회자라고 소개했다.

게리 목사는 "청교도들은 복음의 언약을 위해서, 신앙의 자유를 지키키 위해서 영국 성공회에서 떨어져나와 자기네 나라까지 버리고 와서 새로운 지역을 찾게 된다. 원래는 허드슨 강 북쪽에 정착하려 떠났으나 이 곳에 정착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게리 목사는 "청교도 일행이 겨울에 도착해 먹을 양식도 없고 질병에 걸려 102명 중 반이 죽고 50-52명이 살아났다. 하지만 1년 후 메이플라워호가 영국으로 떠날 때 전부 남아있었다"며 "이들은 퓨리턴 중의 퓨리턴이었다."고 말했다.

게리 목사는 "이들은 신앙을 사회의 법을 만드는데 사용했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 세우려했던 나라는 자유롭게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는 나라이지 민주주의나라는 아니었다. 민주주의는 파생한 것뿐이다"고 전했다.

이어 문석호 목사(효신장로교회 담임)가 '청교도 운동과 그 신앙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문 목사는 "청교도 운동은 로마캐톨릭에 의해 변질되는 교회, 정치인. 종교인의 야합을 통한 영국성공회에 싫증을 느낀 성도들이 신앙개혁과 교회개혁, 삶의 개혁을 통해 사회 제도의 전반적인 변화를 일으키려했던 운동이다"고 소개했다.


문 목사는 청교도의 개혁 정신 6가지를 들었다. 첫째, 종교개혁 이후 시작된 신앙과 삶의 개혁을 보다 철저하게 제도적으로 정착코자 열망함, 둘째, 개혁주의 신앙에 기초한 선명한 복음의 회복과 그 복음에 기초한 윤리적 삶의 회복, 셋째, 언약관계의 충실성을 통한 교회의 순결성을 강조, 넷째, 예배와 삶에 있어서의 순결성과 단순성을 강조, 다섯째, 신앙고백에 따른 삶의 청결로 가정교육과 주일 성수를 이루고자 함, 여섯째, 심령의 부흥을 전제로 철저한 윤리성을 통한 성경적 사회 건설이 그것이다.

이어 문 목사는 윌리엄 퍼킨스, 리차드 십스, 존 오웬, 리차드 백스터 등 청교도 인물들과 그 사상적 흐름에 대해 소개했다. 문 목사는 리차드 백스터가 말하는 설교자론 중 '설교자들이 특히 주의할 점 네 가지'를 전했다.

"설교자는 항상 자아성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백스터는 "첫째 구원하시는 은혜의 역사가 목회자의 심령 안에서 먼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하며 둘째로 은혜에 만족하지 말고 은혜가 생활과 행동에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셋째로 목회자의 행동과 가르치는 교리가 어긋나지 않도록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넷째 목회자의 사역을 위해 갖추어야 할 자격에 부족함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 목사는 20세기 청교도 운동의 마지막 주자 로이드 존슨의 '현대 웨일즈의 비극'이라는 제하의 연설 중 웨일즈의 타락상 6개 항을 언급하며 오늘의 목회자들과 한국교회에 주는 메시지를 찾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웨일즈의 타락상 6개 항은 '사람을 평가할 때 인격보다는 학위를 가지고 평가하는 경향, 인생의 성공적인 삶을 경제적 잣대로서 재는 것, 지극히 작은 업적을 가지고 그것을 과시하는 경향, 공직임명에 대한 국가의 부정부패, 찬송가를 오용(남용)하는 것에 대해, 강단의 부패(목회자 채용에 있어 강단이 비었어도 설교자를 믿지 못하는 것이 퍼져있음, 설교 정치가의 출현에 대한 염려)'이다.


강의에 이어 뉴욕목사회 회장 송병기 목사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크리스천으로서 미국과 세계의 현재 상황을 보며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하나님 중심의 청교도적인 신앙에서 퇴락해져 간 결과 도덕이 부패하고 가정이 무너지고 교회가 타락한 현실을 절감하며 '청교도적인 신앙을 회복하자'는 뜻으로 미국 역사의 신앙 근원지인 플리머스에서 미국과 세계의 평화와 축복을 하나님께 간구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며 12개 항의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 내용>

一. (하나님)우리는 하나님께서 미국 땅에 청교도들을 보내시어 삼위일체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의 기초 위에 나라가 세워지게 된 것을 선언한다.

一. (예수님) 우리는 청교도 신앙이 예수 그리스도 중심이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생명의 구주가 되심과 인생의 주인이 되신 것을 믿으며, 우리의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공로와 은혜를 믿는 믿음으로만 가능함을 선언한다.

一. (성령님) 우리는 청교도들의 경건한 기도생활과 같이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할 수 있음과 성령의 지속적인 성화과정을 통해서 거룩한 생활을 해야 함을 선언한다.

一. (말씀) 우리는 청교도 신앙의 핵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철저한 복종임을 믿고, 성경말씀을 구원의 도리와 모든 생활의 근간이 되어야 함을 선언한다.

一. (십자가) 우리는 청교도들의 신앙 핵심은 십자가 신앙임과 같이 우리의 옛 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고 새로운 피조물로서 거룩한 백성으로서 하나님을 예배해야 함을 선언한다.

一. (교회에서 신앙의 자유) 우리는 청교도들과 같이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따라서 하나님을 예배함을 믿으며 어떤 국가나 종교의 이름으로 신앙적 자유와 교회생활을 억압하는 행위는 금지되어야 함을 선언한다.

一. (가정에서 자녀의 교육) 우리는 청교도들과 같이 우리의 자녀들을 주님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해야 하며, 그들이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축복하고 인도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가야 함을 선언한다.

一. (긍휼과 법과 정의) 우리는 청교도들과 같이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믿는 동시에 법과 질서를 기준으로 정의가 수호 되어야 함을 선언한다.

一. (신앙과 생활) 우리는 청교도들과 같이 그리스도를 따라 거룩하고 순결한 삶을 추구하므로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예언자적이고 전도자적인 삶을 살아야 함을 선언한다.

一. (자유와 평등) 우리는 청교도들과 같이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야 함을 믿으며 독재주의나 제국주의적 인권탄압이 세상에서 근절되어야 함을 선언한다.

一. (지혜와 영적전쟁) 우리는 청교도들의 지혜로움과 담대함과 같이 세상을 향하여 지혜롭게 대처하며 흑암의 권세와 부도덕한 삶(동성연애, 낙태 등)에 대해서는 영적군사와 같이 강력히 대항해야 함을 선언한다.

一. (회복과 부흥) 우리는 청교도들과 같이 위로 하나님을 경외하며 아래로 사람을 사랑하면서 이 땅에 다시 한 번 영적인 회복과 치유와 부흥이 있어야 함을 선언한다.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선언문은 낭독됐고 뉴욕목사회 회원들은 다시 한번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난 삶의 태도'를 멀리하며 '말씀에 입각한 뜻을 품고 철두철미 행동'했던 '청교도들의 뜨겁고 순결한 삶의 자세'를 본받고자 기도했을 것이다. 또한 '성경적 원리에 따라 개인과 가정과 사회에서 '실제로 개혁되어가는'(Practically, ever-reforming)모습을 실현'하고자 했던 청교도들의 정신을 기억했을 것이다.

필그림교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일행 중 일부는 근처 청교도 무덤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묘지가 있는 언덕'이라는 뜻의 베리얼 힐에는 실제로 윌리엄 브래드퍼드와 최초로 이 지역에 도달한 사람들의 무덤이 있다. 이렇게 플리머스에서의 일정은 마쳐졌다.

2009년 1월 12일, 하나님의 나라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위해 이 곳 플리머스의 청교도 정신을 찾아 나선 뉴욕 목회자들과 기자단 102명이 청교도 조상의 정신이 희미해져가는 미국과 세속에 물들어가는 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뜨거운 불씨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