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와 신명철이 주연하고, 김태균 감독이 제작한 영화 '크로싱'은 식량과 약품을 구입하기 위해 탈북할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가정의 비극적 몰락을 그린 영화다. 영화 속 줄거리는 대부분 실화로 4년간 중국의 요령성, 연변, 베이징, 몽골의 고비사막, 대평원과 울란바토르 8천Km를 넘나들며 비밀리에 촬영하고 금년에 상영되었다.

함경도 탄광촌 광부로 일하던 용수는 비록 가난하지만 아내와 아들 준이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았다. 도 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골잡이 용수, 막장에서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집 앞 공터에서 준이와 축구하며 부자애를 더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둘째를 임신한 아내가 영양결핍으로 결핵에 걸려 몸져 눕자 용수는 구식 T.V를 팔아 강냉이를 사온다. 준이의 동생이자 가족의 일원이었던 개까지 잡지만 병세는 점점 심각해 진다. 식량과 결핵 약을 구입하기 위해 사선을 뚫고 두만강을 건넜다.

불법 노동자들을 엄단하는 중국 공안의 서슬퍼런 추격에 벌목장에서 애써 모았던 노임을 다 잃고 브로커의 농간에 베이징까지 간다. 2002년 3월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으로 무단 진입했던 25명에 포함되어 한국행을 요구한다.

가까스로 한국에 도착한 용수는 정신없이 일을 하면서도 몸져 누어있는 아내와 11살 준이가 눈에 밟혀 다시 재회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병마를 이기지 못한 용수의 아내는 잉태된 생명과 함께 처연히 스러진다. 동네 사람들이 끄는 마차에 주검이 실려가는 모습을 보며 울부짖는 준이, 인차 돌아 오겠다고 약속한 아비를 찾아 험난한 두만강을 건너 국경을 넘는다.

아들과의 재회를 위해 몽고 울란바토르로 달려간 용수의 품에 안긴 것은 준이의 싸늘한 시체뿐이었다. 고비사막을 지나 몽골 대평원을 가로질러 아비의 품에 안기기에는 너무 고단했던지 준이의 걸음이 광야에서 멈췄고 쏟아지는 별무리에 취해 버렸다.

매년 수백만 중남미 출신 라티노들이 미 국경을 불법으로 넘고 있다. 만연한 정치부패, 고질적인 빈부격차, 국가 기간산업 붕괴로 인한 피폐해진 경제, 마약조직과 조직폭력배의 무차별한 살인, 납치, 인신매매…슬픈 현실을 탓하며 맥없이 앉아 죽기를 기다릴 순 없어 가난한 도시빈민들이 크로싱 대열을 이루고 있다.

라티노들의 목숨을 건 크로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은 멕시코와의 700마일 (1125Km) 국경선을 따라 교도소 담장 같은 펜스를 쌓고 있다. 보잉사가 300억달러를 들여 2013년까지 시공하는 펜스는 최첨단 장비로 가득하다. 감히 기어오를 수 없게 이중으로 된 특수 강철을 20피트 높이로 심어 미국판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펜스 중간엔 밤에도 식별 가능한 적외선 센서가 부착되었고, 강한 빛을 비추는 첨단 감시 장치를 달아놓았다.

2만 명 넘는 연방국경수비대와 헬리콥터로 순찰하는 기동타격대가 불철주야 지키고 있고, 5Km 추적 가능한 고성능 레이더 카메라가 장착된 무인 프로데터가 수시로 날며 입체적인 불체자 단속을 벌이고 있다. 첨단 장비덕에 한해 88만 명 이상을 붙잡아 본국으로 송환시키고 있다.

몇 년 전 미 하원을 통과한 "센센브레너 법안". 국경보호, 반테러, 불법 이민자 통제법을 골자로 한다. 불체자들을 범죄자이자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있다. 불법고용을 원천봉쇄하고, 중범죄자로 규정해 무조건 구금하고 신속하게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들을 보호하는 교회나 자선단체의 구제 행위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악법이다.

한달 전 컬모에 도착한 엘살바돌 출신 마리아 엔리께(33세)씨. 삼엄한 감시를 뚫고 버지니아에 도착한 그녀에게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경제 붕괴로 인한 불황의 깊은 늪과 살을 에이는 겨울 바람뿐이다. 살바돌에 고아처럼 남겨두고 온 4남매를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앞이 깜깜한데, 허리를 쥐어뜯는 하복부 통증과 함께 하혈이 심해져 걱정이 태산 같다.

(도시빈민선교, 재활용품, 중고차량 기증문의: 703-622-2559 / 256-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