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란 클래식 음악 드라마가 공전의 대히트를 치면서 막을 내렸다. 그 주인공 강마에 역을 한 김명민이란 배우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이 드라마는 사실 한 외주제작사가 끼워넣기로 판 땜방용 작품이었는데 상상못할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이는 극중 지휘자인 강마에의 카리스마에 푹 빠진 병든 사회상을 표출한 것으로 극의 재미와 상관없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로 등장하였다. 사실 이런 아류의 강마에는 새로운 인물이 아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바로 강마에의 초상화이다. 카라얀은 자발적인 나치 당원으로서 많은 실력 있는 유태인 음악가들이 추방되고 있던 터라 독일내에서 쉽사리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카라얀은 자신의 음악에 동의하지 않는 자는 무자비하게 숙청해버린다. 테너 르네 콜로나 베이스 가수 카를 리더부슈 는 대화없이 일방적인 명령으로 처리하는 카라얀의 태도에 만족할 수 없어 그와의 공연을 거부하였다. 1970년대 중반에 당시 베를린 학술 평의원 슈테른이 카라얀에게 오케스트라와 잘 되어 가냐고 물었을 때 그는 "녀석들은 내가 죽기를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한 정도이니 그의 병든 카리스마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루빈스타인이 뉴욕 필하모니를 미련없이 사임한 것에 비하면 말이다.

카리스마는 다른 사람을 매료시키고 영향을 끼치는 능력을 가리킨다. 카리스마를 뜻하는 영어인 charisma는 재능, 신의 축복을 뜻하는 그리스어의 kharisma로부터 유래하였다. 성경에서 카리스마는 성령이 내리는 특별한 은혜, 예를 들면 예언, 영(靈)의 식별, 기적 등을 이르는 말로 사용되지만 카리스마란 말의 일반적인 의미로서는 사람들의 관심 및 존경, 혹은 반대로 작용할 경우는 혐오감을 쉽게 끌어내는 특성을 가리킨다. 그래서일까? 강마에가 거침없이 내 쏟는 독설에 시청자들은 열렬하게 부응하고 독설의 수용자로서 기꺼이 순종한다. 드라마 속 연주자들을 향하여 ‘똥덩어리’라 경멸하는 대사는 사실 TV 모니터앞에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있는 불특정 다수 소시민들에게 던지는 비아냥인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시원하다고 한다. 바야흐로 사회는 병든 카리스마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속언을 보면 참 재미있다. 선거에 져서 미국에 망명아닌 망명으로 망중한을 즐기는 한 정객의 귀환을 반기지 않는 한 실력자가 더 이상 사냥개는 필요하지 않다고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말하자 당장 아직 사냥이 끝나지 않았다고 불같이 일어나는 망명자(?)의 편들기가 정치면에 회자되고 있으니 이는 다 오염된 카리스마의 단면이다.

게다가 한국의 교계는 교단이나 신학교나 교회나 간에 피튀기는 싸움을 벌이는 현장을 너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양상을 가만히 드려다 보면 거기에도 병든 카리스마가 암약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똥덩어리 취급을 받아도 병든 카리스마세력에 붙어 있으려 안간힘을 쓰는 군상들이 가엽고 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