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4대 대통령에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는 버락 오바마 개인 승리라기 보다는 미국 민주주의의 또 한 번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는 미 건국 232년만에 첫 흑인 대통령이 되었을 뿐만아니라 47세란 연소한 나이에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대권을 걸머쥐었다. 이는 미국 민주주의 토양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아프리칸 어메리칸 중에서도 매우 어설픈 족보를 가진 사람이다.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에 나오는 킨타 쿤테처럼 노예 상인에 의해 팔려온 전통적 흑인 노예를 조상으로 두지도 않았고 양 부모 모두가 흑인도 아닌 혼혈인이다. 게다가 그는 어렸을 적에는 의부를 따라 상당한 세월을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했으므로 반쯤은 아시아인이라 하여도 무방할 다국적인이다. 그의 어머니는 백인녀 스탠리 앤 던햄으로 아버지의 사업체가 있는 하와이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케냐 흑인 유학생 버락 오바마와 결혼하여 오바마를 낳았다. 버락이란 이름자체가 아랍어로 `축복받은'이란 의미를 지녔으므로 전통 기독교인들로부터는 모슬렘으로 오해 받기도 했던 이 사람이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은 오직 미국민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구조 때문이다. 물론 신 나치주의를 표방하는 스킨 헤드족과 같은 백인 우월주의자 들이나 테러도 불사하겠다는 극우주의자 들이 없지 않지만 미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는 그들이 설 자리를 용납치 않는다. 링컨의 흑인 노예해방이후 최대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목사가 부르짖은 「I have Dream !」이 이루어 진 쾌거가 아닐 수 없으며 미국의 민주주의 또 한번의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흑인 아버지, 아시아인 양부, 백인 어머니, 거기에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인도네시아의 생활, 미국이면서도 미국이 아닌 하와이에서의 어린 시절, 다양한 인종과 종교로 얽혀 있는 이복 형제들 가운데서도 명문 콜럼비아 대학을 거쳐 하바드의 로 스쿨을 졸업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입지전적인 인물이어서만이 아니다. 그의 배경이나 족보나 외양이나 전력을 문제삼지 않고 한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성숙한 미국 민주주의가 그를 포태하고 세상에서 내 놓은 축복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부인 미셀도 같다. 평범한 흑인 소방관 가정에서 태어나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 법대를 나온 그녀 역시 미국 민주주의의 산물이다. 이제 아프리칸 어메리칸이 미 대통령이 되었으므로 미국이 United State 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되었고 더 나가서 이민자의 나라임이 더 확실해 졌다. 앞으로 아메라시안이라 부르는 아시안 어메리칸이나, 히스패닉 어메리칸이 미국 대통령이 될 날도 멀지 않으리라 생각해 보며 간 밤은 미국민주주의가 얼마나 멋있는 가를 확인한 기분 좋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