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합감리교회에서 정한 ‘평신도 주일’입니다. 이 날은 목회자들이 모두 평신도의 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리고, 평신도들이 목회자의 역할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평신도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는 감리교회의 전통에서 나온 것입니다. 현대 사회가 전문화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목회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주로 맡아서 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신도들은 마치 식당에 앉아서 시중을 받는 고객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평신도가 목회를 모두 목회자들에게 맡기고 수동적으로 받는 입장에만 있게 되면, 평신도의 신앙은 성장하지 못하고 목회자는 타락하고 부패하게 됩니다. 그래서 감리교회는 평신도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오늘, 부목사님들에게 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오늘만은 교회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무래도 한 사람은 교회를 지켜야 할 것 같아서 남았습니다. 부목사님들에게는 각자 가보고 싶은 교회에 가서 회중의 한 사람으로 예배를 드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매 주일 우리 교회 안에만 갇혀 있으면 시야가 좁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첫 주일에 뉴욕 플러싱 제일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면서, ‘가끔 다른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릴 필요가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야 우리 교회가 얼마나 귀한 줄도 알게 되고, 또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오늘이 ‘평신도 주일’이지만, 원론적으로 보자면 평신도는 없습니다. 성직자와 평신도를 가르는 것은 천주교의 전통입니다. 개신교는 모두가 다 하나님의 백성(‘평신도’를 뜻하는 laity라는 말은 헬라어 ‘라오스’ 즉 ‘백성’을 의미합니다)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모두가 다 하나님의 부름 받은 성직자라고 생각합니다. 평신도와 성직자를 구분한 것은 편의상 그렇게 한 것이지, 실은 하나님 앞에서 다를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평신도 지도자들이 예배를 인도하고 목회자들이 평신도의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동일한 백성이라는 몸짓입니다.

저는 교파우선주의자는 아닙니다만, 제가 태어나고 자란 감리교회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 감리교회는 교권 다툼으로 혼란스럽고, 미국 연합감리교회는 교세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감리교의 신학과 전통은 매우 건강하고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귀한 신학과 전통을 가지고 있는 감리교회가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에 대해 늘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평신도 사역의 전통이 그 중 하나입니다. 우리 교회라도 감리교회의 귀한 정신과 전통을 잘 살려서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