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반드시 파멸의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대실패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대성공의 기회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나 많은 금융기관들이 도산할지, 또 이 금융위기로 인한 충격이 실물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불안과 초조함 가운데 있지 않고 오히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금융 분석가 리처드 돕스는 “위기의 순간 BOA수뇌부의 몸은 아드레날린으로 가득 차는 듯하다.”고 금융위기 때마다 업계의 대형 금융기업들을 합병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해온 Bank Of America 경영진의 위기 상황에 대한 반응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이번 금융위기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미국내 자산 규모로 씨티그룹에 이어 2위이고, 세계 10위권에 있는 BOA가 세계 최대 증권사이자 3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를 인수한 것입니다. 메릴린치를 인수함으로 자산규모가 2조6천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최대의 복합금융그룹으로 비약하게 됩니다. 소매금융, 증권인수, 증권 중개, 신용카드, 트레이딩등 금융서비스를 망라하는 금융 수퍼마켓 전략을 씨티그룹보다 한발 앞서 완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BOA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에서 이름 없는 지방은행으로 출발했습니다. 금융위기 때마다 위기를 역이용해 불과 28년 만에 세계최대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현 최고 경영자인 케네스 루이스는 서브 프라임 사태가 표면화한 지난해 3월 이후 왕성하게 인수합병(M&A)을 시도했습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무너지는 모기지 회사 가운데 가장 큰 컨트리 와이드를, 투자은행 위기사태에서는 미국 증권시장의 정신적 지주인 메릴린치를 흡수했습니다. 시장붕괴를 막는 공익적 역할의 명분으로 최저 인수가격에 철저히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유리한 조건과 당국의 협조까지 챙기는 일석삼조의 딜을 성공시키는 전략은 BOA가 80년 이후 지금까지 구사하는 게임법칙입니다.

BOA의 전임 CEO 휴 매콜은 해병대 출신으로 언제, 어디를 공략해야 적의 반격을 최소화하며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지를 잘 아는 전략가였습니다. 매콜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88년 본격화한 대부조합사태 때였습니다. 부동산 대출을 늘리다가 집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미 서민 금융회사인 대부조합들이 줄줄이 파산했고, 이들에 자금을 공급한 지역은행들도 휘청거렸습니다. 최대 피해지역은 텍사스 주였습니다. 당시 노스캐롤라이나 내셔널 뱅크였던 BOA는 법규상 다른 주인 텍사스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으나, 워싱턴으로 날아가 연방 준비은행과 은행감독당국을 설득했습니다. “텍사스 지역 은행이 무너지면 미경제도 무너질 수 있다. 우리가 인수해 살려 놓겠다.” 사정이 다급했던 당국은 허락했고, 부실자산까지 떠안아 주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매콜은 자산규모가 자사보다 큰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지역 은행들을 사들였습니다. 그가 CEO자리에서 물러난 2001년 작은 지방은행이었던 BOA는 고속성장을 거듭하여 미국 2위 은행으로 커졌습니다.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위기는 기회이면서 변화의 시작이며, 변화의 흐름을 잘 포착한 기업이 위기이후 승자의 반열에 오르기 마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처럼 새삼스럽게 놀라며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자동차를 가지고 도로에 나와 달리는 동안 사고의 가능성을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위기는 우리 앞에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기를 실패의 기회로만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한 차원 높은 성공의 기회도 될 수 있습니다. 위기가 누구에게나 요구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변화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변화를 위해 위기를 허락하십니다. 야곱이 절체절명의 얍복강 위기에서 이스라엘로 변화합니다. 출생이후 달라지지 않았던 그가 얍복강의 위기에서 드디어 변화됩니다. 현실에 안주하여 변화를 기피하는 타성이 위기를 만들어 내는지도 모릅니다. 위기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타성이 위험합니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에게 위기는 귀중한 기회가 됩니다.